[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남성 중심으로 여겨져 온 은행 영업조직 인사 관행에 균열이 생겼다. 하나은행이 2026년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통해 수익 창출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중앙영업그룹 대표에 여성 부행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 영업점을 광범위하게 총괄하는 핵심 영업 조직에 여성이 보임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주요 시중은행 인사 지형에 변화의 신호를 던졌다는 평가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김미숙 하나금융지주 인사부문장을 은행 중앙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중앙영업그룹은 서울과 수도권 영업점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하나은행은 전체 영업그룹을 통괄하는 별도의 상위 조직이 없는 만큼 중앙영업그룹이 사실상 가장 규모가 크고 핵심적인 영업 조직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임원 보직 이동을 넘어 주요 시중은행 인사 관행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그룹 대표는 영업점 실적 목표 설정은 물론 지점장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보직이다. 은행 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소속된 조직을 이끄는 자리인 만큼 책임과 권한이 막강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직이라는 인식이 강해, 영업점을 대규모로 총괄하는 영업그룹 대표 자리에 여성 부행장이 선임된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다른 주요 은행 사례와 비교해도 하나은행의 이번 인사는 차별성이 뚜렷하다. KB국민은행은 과거 강북영업그룹 대표에 여성을 보임한 전례가 있으나, 이는 서울지역 내 여러 영업그룹 가운데 하나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자산관리(WM)그룹이나 개인그룹 등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사업부문에 여성 부행장을 선임한 사례는 있었지만, 영업점 전반을 포괄하는 대규모 영업그룹의 수장에 여성이 선임된 것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이 처음이라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 조직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가 굳어져 있어 은행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영역으로 꼽혀 왔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성과와 리더십을 중심으로 인사 기준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하나은행의 조직 문화 전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다양성 차원의 인사를 넘어 조직 운영 역량을 기준으로 한 성과 인사라는 점에서다. 김 부행장은 지주 인사부문장을 역임하며 그룹 전반의 조직·인사 전략을 주도해 왔고,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조직 운영과 기업 문화 변화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은 이번 보임을 통해 영업 조직 전반의 운영 방식과 영업 문화에도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여성 임원의 역할과 비중도 확대됐다. 하나은행 기준으로 본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은 총 10명으로, 전년대비 4명 늘었다. 1977년생인 최은미 연금상품지원부장이 퇴직연금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세대교체와 함께 미래 성장 영역을 맡길 여성 리더를 전면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의 이번 인사가 향후 다른 시중은행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일회성 상징에 그칠지, 영업조직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내년 성과와 후속 인사가 가늠자가 되겠지만, 적어도 주요 시중은행 인사에서 하나은행이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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