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통신·전력 케이블 제조업체 '대한광통신'이 40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지난해 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약 1년 만에 다시 공모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와 미국 사업 확대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 확보를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자금 조달이 대한광통신의 실적 반등을 이끌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대한광통신은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보통주 2350만주를 주당 1722원에 발행해 총 40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270억원, 채무상환 100억원, 시설자금 35억원에 각각 투입된다.
대한광통신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대규모 공모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으로, 실적 부진 속 공격적인 미국 사업 투자로 유동성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증 역시 초점은 미국 사업에 맞춰져 있다. 대한광통신은 국내 통신 인프라 투자 둔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출 구조를 미국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전국 단위 초고속 광대역망 구축을 위한 BEAD 프로그램(약 62조원 규모)을 추진 중이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광케이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2023년 발효된 미국의 '미국산 우선 구매' 정책인 BABA Act(The Build America, Buy America Act)로 인해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는 현지 생산 기반 확보가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됐다.
이에 따라 대한광통신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미국 케이블 전문 제조업체 INCAB AMERICA LLC(INCAB) 인수를 추진했다. 올해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의를 마치고 최종 인수 절차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수 이후다. INCAB를 거점으로 자체 광섬유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와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대한광통신의 재무 여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대한광통신은 2019년 중국발 광섬유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신사 투자 지연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BABA Act 영향으로 최근 미국 전력청 등 공공기관 대상 매출이 감소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대한광통신은 2023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개별 재무제표상 현금성 자산은 약 30억원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에는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단가 협상이 지연되고, 매출 인식 시점도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황 측면에서는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기로 글로벌 광케이블 산업이 3년 만에 상승 사이클 초입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광통신 선도 기업인 미국 코닝(Corning)은 올해 상반기 AI 데이터센터 관련 광통신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코닝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내부용 고부가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실외용(Outdoor) 케이블 공급은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마이크로 광케이블이나 리본 광케이블 등 일반 광케이블 수요도 상당한데, 대한광통신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평가받는다.
대한광통신은 이 같은 공급 공백을 기회로 삼아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미국 통신사들의 선제적 물량 확보 움직임에 힘입어 수주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414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올해 3분기 기준 약 6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INCAB 인수가 마무리돼 연결 실적에 반영되고, 수익성이 높은 미국사업 수주가 본격화될 경우 수익 구조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광섬유 가격은 유럽이나 중국 대비 2배 이상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대한광통신의 내년 매출을 2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며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한광통신 관계자는 "올해는 지속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을 완료한 해고, 내년에는 늘어날 매출을 통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해나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사업 초기 운영자금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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