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든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조용한 리더십'을 이어가며 다방면에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타운홀미팅·사내 SNS 등 내부 소통경영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1대1 미팅을 다수 추진하는 등 내실과 외연을 빠르게 강화했다는 평이다.
대외적으로도 외인 순매수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 투자에 본격 착수하면서 성장성 입증에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그동안 전폭 지원해 온 AI 에이전트 '익시오' 등 당장 수익화가 가능한 AI B2C 사업군에서 실적 부진세가 이어지는 점은 주요 해결과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홍범식 대표는 적극적인 내실 강화와 신중한 외연 확장을 병행하며 통신3사 최고경영책임자(CEO) 중 가장 안정적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변혁기 속 다소 공격적인 행보보단 점진적인 반등을 꾀하는 중장기 사업·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보단 후방 지원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눈에 띈다"며 "내부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 부족한 부분은 밖에서 확충하며 똘똘한 사업군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호평은 홍 대표의 '조용한 리더십' 철학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취임 100일차에 접어든 올 3월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과거처럼 '나를 따르라'의 조직 문화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이득과 공동체 이득이 합쳐져 응집된 힘으로 1%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CEO도 '원 오브 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는 실제 경영 과정에서 속속 드러난다. 홍 대표는 분기별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사내 소통 플랫폼 '트리고'를 개설하는 등 내부 소통을 크게 늘리고 있다. 내부 임직원의 역량을 결집해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 대표는 첫 타운홀미팅에서 "회사와 개인이 성장하려면 동기, 역량, 계기가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트리거를 만드는 게 CEO 역할"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내부결집과 함께 조용한 외연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6월에만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총 3차례의 '원온원(One-on One)' 미팅을 진행했다. 원온원 미팅은 주주·기관투자자를 일대일로 만나 회사 내부사안 등을 공유하는 기업활동(IR)의 일환이다.
미팅 대상자 사전정보 및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지만, 회사에 대해 한층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인 교류로 시장 전반에 기업 특성 및 장점 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셈이다. 특히 올 상반기 타 통신사가 '원온원 미팅'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로 비춰진다.
이 밖에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에이전트 '익시오' 고도화에 나서는 등 외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해외투자자 및 빅테크와의 교류를 이어가며 추후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실으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온원 미팅의 경우 비용 및 인력 소모가 불가피한 만큼, 당장 내수 위주의 통신사로선 효율성이 떨어지는 IR 방안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보다 심도있는 내용이 오간다는 장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는 만큼 상호간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경영 개선과 기업 홍보에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 대표의 경영 기조는 수익·재무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취임 이후 조용한 경영·인력 효율화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전념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규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61.6%나 줄이고, 내부채용률은 4% 포인트가량 늘렸다. 최근에는 사상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AI 투자여력 확보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순운전자본 및 자본적투자(CAPEX) 감소율도 두 자릿수에 달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0%대로 올라서고 부채비율(116%)도 20% 포인트 하락하는 등 재무체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처럼 비용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알짜 사업군인 AI데이터센터 구축에는 6000억원대의 파격 투자를 서슴지 않으면서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하고 있다. 시장 호응도 이어진다. LG유플러스는 최근 19일 연속 외인 순매수세가 이어지는 등 기업가치가 고공성장 중이다.
중장기 사업 및 투자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당장 수익화가 가능한 AI 에이전트 '익시오'는 해결과제로 남았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 다각적인 경영 효율화와 더불어 '익시오' 고도화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이어왔다. 'AI 중심 수익구조 재편' 과업을 B2C 부문에서부터 풀어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앱 사용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익시오 앱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6만5822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가입자의 1%대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에이닷 전화' 앱은 1400만명대의 MAU와 60%대의 사용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모바일인덱스 수치가 추정치에 가까워 신뢰·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앱 접근이 까다로운 고령층의 사용 만족도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등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최근 LG유플러스 내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고객의 84%가 '보이는 전화' 및 '통화요약 기능'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술은 '온디바이스 AI'에 기반해 익시오에서만 제공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모바일인덱스의 수치는 추정치에 가까워 정확한 수치와 다소 괴리가 있다"며 "출시 시점이 보다 이르고 고객 범위가 광범위한 SKT 에이닷과 비교하는 것도 사실상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최근 진행한 내부조사 결과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보이는 전화' 기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추천율이 80%대에 육박하고, 6~7월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유의미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구글 등 외부기업과의 기술 고도화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인 사안으로, 관련 시너지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내부조사 결과가 유의미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내부조사 결과와 관련해 홍범식 대표는 최근 사내 SNS를 통해 "단순히 시장의 경쟁구도를 넘어 고객의 실제 삶을 바라본 결과"라며 "이처럼 고객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해간다면 유플러스를 진심으로 추천하려는 프로모터 고객은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추후 익시오 기능 및 외연을 한층 확대하며 점진적인 성장을 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고가치 요금제 혜택을 확대하고, 외부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AI 기능을 고도화하며 사업성을 확대 중이다. 이 밖에 보안특화 AI '익시 가디언'을 앞세워 안정성을 강조하고, 익시오 지원 단말을 '갤럭시 S21'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다각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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