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LG유플러스가 최근 일부 사업군에서 인공지능(AI)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직군 내 불안감이 고조될 것이란 시장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타 통신사 대비 조용한 구조조정으로 사내 반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사업군 전방위로 AI 도입 범위가 본격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임직원들의 '업무 대체' 우려도 한층 가중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앞선 구조조정·희망퇴직으로 이탈한 인력 공백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 근로환경 및 처우 전반이 악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원청·하청간 직접 교섭도 가능해지는 만큼, 향후 LG유플러스 노사 분쟁이 보다 확산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IPTV 고장 여부를 AI가 선제 감지·해결하는 '문제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AI 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회사는 해당 시스템을 90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제 적용한 뒤, 내년 중 400만 이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확산시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 관리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AI 도입 범위가 지속 확대 중인 가운데, 대대적인 인력감축 노력이 병행되며 '업무 대체' 불안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처우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IPTV·인터넷 설치·수리 부문' 등에 적잖은 파장이 점쳐진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18년 인터넷·IPTV 설치·수리기사 등이 포함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원청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노조는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직접고용을 요구했고, LG유플러스는 2020년 설치·보수 자회사 '유플러스 홈서비스'를 설립하며 협력업체 인력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다만 최근 경영 효율화에 따라 인력 규모가 큰 폭으로 줄면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근로환경 전반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신규채용 규모(289명)는 전년 대비 61.6% 감축한 반면, 내부채용 비율(32%)은 4% 포인트가량 늘리면서 인건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했다. 같은 기간 이직자수(516명) 역시 42.5%나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이직자수가 300명대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다 수준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다각적인 조직개편으로 유지·보수 및 오프라인 영업 부문에서 이탈자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인력 구조는 자회사는 물론, 112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제유곤 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이달 초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비용절감 중심 구조조정 및 일방적 업무이관 등을 규탄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조차 일방적인 업무이관 및 갈라치기가 자행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추후 'AI 내재화'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되면 근로환경이 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특성상 AI를 통해 업무를 고도화할 수도, 대체할 수도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과 AI 전환이 맞물린 상황 속 퇴사 압박이 가중되면서 비자발적 이직자가 한층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며 "앞서 홍범식 대표가 근로환경 개선에도 중점을 둔 만큼, 추후 노사분쟁을 최소화할 대안 마련에도 계속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AI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며 근로환경 악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I 도입은 기존 업무를 한층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이어 "AI 확산이 인력 효율화로 이어질 순 있겠지만,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근로환경 개선에 힘써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