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지난달 말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이 폭풍전야 상태를 이어가면서 LG유플러스에 반사이익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그동안 경쟁사 2곳보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해온 가운데, 보조금 경쟁 키를 쥔 SK텔레콤은 물론 KT 역시 인공지능(AI) 투자에 한층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내비침에 따라 LG유플러스 무선 가입자수는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높은 수준의 가입자 순증세를 기록하며 집토끼 다지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다음달 애플 아이폰 신형 출시에 발맞춰 통신 3사가 본격적인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 경우 LG유플러스의 반사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5G 성숙기에 이른 상황 속 휴대폰 교체주기가 늘고 통신사 AI 투자 규모도 급증 중인 만큼 통상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올 2분기 기준 이동통신(MNO) 및 알뜰폰(MVNO) 가입자를 합한 무선 가입회선이 2991만7000여개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지난달까지 약 39만명의 SK텔레콤 가입자를 흡수했다. 지난달에만 13만9451명의 SK텔레콤 가입자를 유치하며 가장 큰 규모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2분기 기준 5G 보급률도 기존 대비 10% 포인트 넘게 상승하면서 80%대에 한층 다가섰다.
이는 이 회사의 보조금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LG유플러스는 단통법 폐지 전부터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하며 무선가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전에도 SK텔레콤, KT의 시장 경쟁에 관심이 몰린 사이 LG유플러스가 점진적으로 보조금을 인상하면서 사실상 업계 최고 수준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보조금이 번호이동 트리거가 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로 SK텔레콤 가입자가 이통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LG유플러스가 올려 놓은 보조금이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단통법 폐지 직후에도 타 통신사 번호이동 대비 최대 20만원의 보조금을 더 얹어주며 '업계 최고수준'을 이어갔다. 6개월간 고가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가입 조건이 붙지만, 100만원대를 훌쩍 호가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고객 입장에선 솔깃한 옵션이다. 최근에는 SKT·KT 알뜰 통신사 고객을 대상으로 출고가 169만8400원의 '갤럭시 S24 울트라' 단말을 0원에 제공 중이다. 이는 단통법 폐지를 기념한 첫 공식 행사로, 휴대폰·인터넷·TV 부문을 동시에 이동할 시 7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러한 마케팅 기조는 단말구입 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올 2분기 기준 단말구입비가 7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나 늘었다. 지난해 단말구입비(5262억원) 증가율이 1.9%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수치다. 최근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 및 단통법 폐지로 무선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자 단말 재고 확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후 변수는 상존한다. 내달 아이폰 신형 출시에 발맞춰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 경우, LG유플러스의 반사이익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2~3조원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 경쟁사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치킨게임을 이어갈 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가입자 회복을 꾀하는 SK텔레콤이 최근 일부 '성지'를 통해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조건을 내걸고 100만원이 넘는 '스팟성'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는 LG유플러스의 지원금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번호이동 규모가 가장 큰 LG유플러스를 견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이번 스팟성 보조금이 치킨게임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Z플립7'의 경우 이미 성지 등에서 판매가가 10만원 초중반대까지 내려가는 등 치열한 물밑 경쟁이 지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통신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6G 도입 전까진 5G 만으로 이렇다할 수익 반등이 쉽지 않아 출혈 경쟁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통신시장 구조와 최근 시장 환경 사이엔 매우 큰 괴리가 존재한다"며 "당장 가입자를 뺏긴 SK텔레콤의 보조금 수준에 따라 타 통신사들이 눈치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경쟁 과열 양상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사 모두 5G 보급률이 80%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휴대폰 교체주기도 과거보다 훨씬 길어진 만큼, 재정적 출혈을 감수할 정도로 공격적인 무선 경쟁에 나설 업체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며 "특히 집토끼 지키기보단 AI 신사업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AI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 3사도 올 하반기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중이다. LG유플러스가 '시장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인 만큼, 당분간 이 회사가 보조금 등 단말판매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셈이다.
보조금 경쟁의 키를 쥔 SK텔레콤의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보조금보단 보안을 대폭 강화해 고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며 "3년 내 재가입할 시 기존 혜택을 원상복구하고, 올해 안에 재가입한 고객에 대해선 고객감사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추후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상존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장기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 사업자는 AI 분야 등에 대한 투자와 신규사업에 전념할 때인 만큼, 무선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진욱 LG유플러스 모바일디지털혁신그룹장 역시 "중장기적으로 휴대폰 가격경쟁이 아닌 차별화된 AI 서비스 경쟁을 위해 AI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경쟁 과열 가능성을 일축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