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 불안이 길어질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사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원가율 급등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수출하는 원유와 가스의 상당량은 이 해협을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한다. 봉쇄가 장기화되면 공급망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비금속 광물 제품의 생산비는 0.33%, 콘크리트 제품은 0.21%, 철근은 0.1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가 60% 오를 경우 건축물과 토목 공사비는 각각 1.5%, 3% 오른다. 도로·교량 등 장비 투입 비중이 높은 현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불안요인은 생산·운송비의 연쇄 상승이다.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 핵심 건설 원자재인 레미콘과 시멘트의 배송 원가가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부 레미콘 제조사는 운송 사업자의 유류비를 전액 부담하는 구조여서 유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원가로 반영된다.
시멘트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25%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업계에 전력비, 친환경 설비 투자, 안전운임제 부담이 가중한 가운데 유연탄까지 뛰면 업계 전반이 수익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압박이 큰 건설사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러·우 전쟁 당시 사례를 보면 국내 건설공사비는 전쟁을 계기로 한번 오른 뒤 종전 후에도 높은 수준이 지속된다"며 "이번 중동 갈등이 지속되면 공사비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저가 수주 현장이 마무리되면서 원가율이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대건설의 원가율은 94.0%로 전년동기보다 1.6%포인트(p) 개선됐다. 이외에 DL이앤씨(87.5%)의 원가율은 1.6%p, 대우건설(89.4%) 2.2%p, 대우건설(89.6%) 1.8%p씩 내리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유가 급등이 장기화되면 이런 개선세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 및 지역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절박하다. 공공공사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진 이들 기업은 증액 협상 여지가 제한적이어서 역마진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공공 발주 공사도 예정가를 초과해 유찰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과 SOC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가 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어렵게 수익성을 회복했는데 유가와 에너지 비용이 다시 들썩이면 모든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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