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 저평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게임업계의 주주환원 전략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현금배당·자사주 소각 규모를 확대한 가운데 3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딜사이트는 '게임사 주주환원 리포트'를 통해 주요 게임사들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와 자본 배분 전략을 짚어보고, 환원 강화가 기업가치와 투자 판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창사 이래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오던 크래프톤이 '통 큰'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감액배당 방식을 채택해 주주 체감 수익률을 극대화해 하락세로 돌아선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오는 2028년까지 3년 동안 주주환원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2023~2025년 시행했던 3개년 주주환원 총액(6930억원) 대비 약 44% 확대된 수준이다.
먼저 3년 동안 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소각한다. 기존 정책에서 달라진 점은 연간 단위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규모를 구체화한 것이다. 기존엔 잉여현금흐름(FCF)의 40% 한도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업의 연간 실적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달라져 불확실성이 높았다.
새 주주환원책은 기업 실적과 상관 없이 3년 동안 확정금액을 집행하는 게 핵심이다. 실적이 일시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약속된 금액만큼 주식을 사서 없애야 하므로, 주가 하락 시기에 강력한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이 더해진다. 배당 규모는 매년 1000억원씩 3년 동안 총 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배당 대상 주식수로 계산하면 주당 2240원 수준이다. 2025년 기준 배당 성향은 약 13.6%다. 첫 배당은 1000억865만원 규모로, 배당기준일은 올해 2월27일이며 지급일은 4월22일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3년 동안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 주주환원책을 펼쳐 왔다. 연도별 소각 규모는 ▲2023년 1679억원 ▲2024년 1195억원 ▲2025년 1790억원이다. 소각 비율은 2023년 100%, 2024년 60%, 2025년 55%로 집계된다.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의 향후 용처에 대해 크래프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데다 호실적이 이어졌음에도 배당을 진행하지 않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크래프톤의 2023~2025년 자본잉여금은 연결기준 1조5000만원대를 유지해 왔다. 이익잉여금은 2023년 3조8000억원, 2024년 5조814억원, 2025년 3분기 말 기준 5조6599억원으로 지속 증가해 왔다.
주주로선 주가 상승을 통해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게임주 부진 속 기존 3개년 주주환원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크래프톤의 주가는 지속 내림세를 보였다.
주가를 잡기 위해 장병규 의장, 김창한 대표 등 경영진이 지난 2024년 성과조건부 주식(RSU)을 부여받았음에도 가파른 하락세를 걷잡을 수 없었다. 차기 지식재산(IP) 발굴이 미뤄지면서 '원 히트 원더' 우려가 커진 영향이었다. 크래프톤 주가는 2025년 3월 4일 기준 33만4000원에서 2026년 3월 4일 기준 21만1000원으로 36%가량 하락한 상태다.
그동안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크래프톤이 '통 큰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배경엔 이 같은 주가 흐름과 지난달 20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이 있다.
해당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를 비롯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되는 게 핵심이다. 이사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지배 주주 또는 대주주 중심의 이익뿐 아니라, 일반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서는 이번 현금배당을 감액배당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법 제461조2에 따라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고 배당하는 방법이다.
통상 벌어 들인 이익에서 배당하는 일반배당은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하지만 2011년 상법 개정 이후 이 세금을 내지 않고 배당하는 방법이 생겼다.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뒤 배당에 활용하는 구조다. 관련 절차(주총 결의, 자본준비금 감액 등)를 거치면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없이 지급된다. 주주는 세금 부담 없이 배당 전액을 수령할 수 있어 실질 수익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300만원을 배당받을 경우, 기존엔 배당소득세(46만2000원)를 제외한 253만8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감액배당을 적용하면 원천 징수 없이 배당금 전액을 받을 수 있어 실수익률이 높아진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크래프톤의 자본금은 49억2800만원이다. 자본잉여금(1조4759억원)과 이익잉여금(5조6559억원)의 합이 7조1418억원으로 감액배당 요건을 충족한다. 감액배당의 기준인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 초과'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과 2대 주주인 김창한 대표 등이 세부담을 감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주주가 감액배당을 받을 경우, 취득가액 초과분을 배당소득으로 과세하는 규정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일부 대주주가 비과세 제도를 악용해 감액배당을 상속·증여를 위한 재원 마련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장 의장에게 적용되는 감액배당 중 일부가 세법상 배당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의 지분 비율은 지난달 20일 기준 장병규 의장 15%, 김형준 인조이스튜디오 대표 1.5%, 김창한 대표 1.1% 등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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