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이렘'이 우여곡절 끝에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유상증자 납입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다시 납입자로 나서며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다만 실제 현금 유입 규모가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렘은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47억원을 조달했다. 납입자는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24억원)과 아라스틸산업(23억원)이다.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은 이렘의 최대주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율은 17.47%(195만617주)다.
이번 유상증자는 납입자 변경과 일정 연기가 반복되며 조달 불확실성이 지속됐던 딜이었다. 지난해 4월 유증 결정 당시 납입자는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이었지만 이후 해당 조합의 출자자인 김우승 대표 개인으로 변경됐다. 이후 올해 2월에는 프리디컴으로 납입자가 다시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납입일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넘게 연기되며 조달 일정이 장기간 표류했다.
프리디컴의 납입 의지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렘 입장에서는 실제 납입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프리디컴이 다른 상장사의 유상증자 납입자로 이름을 올린 뒤 납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프리디컴은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사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50억원 규모 유증 납입자로 참여했지만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수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렘은 결국 납입자를 다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프리디컴 대신 최대주주인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을 납입자로 재지정하며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다만 납입 구조가 변경되면서 실제 현금 유입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당초 이렘은 프리디컴으로부터 40억원을 현금으로 조달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납입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달 구조가 일부 달라졌다. 공시상 조달 규모는 47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23억원은 채무 상계 방식으로 처리되면서 실제 현금 유입은 24억원에 그쳤다.
아라스틸산업이 인수한 23억원어치 신주는 이렘이 보유한 매입채무를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아라스틸산업은 이렘의 고객사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60억원의 매입채무(원자재 매입)가 발생해 있다. 이번 유증을 통해 일부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재무 부담은 일정 부분 완화됐지만 현금 확보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1974년 설립된 이렘은 스테인리스 강관과 슈퍼데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바나듐 2차전지 기업 엑스알비 지분 약 29%를 10억원에 취득하며 BESS(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엑스알비는 지난해 말 이렘의 충북 음성공장에 ESS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재무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렘의 현금성 자산은 38억원에 불과한 반면 총차입금은 400억원을 웃돈다. 단기차입금만 보더라도 약 11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 잠정 기준으로 1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현금 여력은 더욱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차입 부담과 함께 전환사채(CB) 풋옵션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23회차 CB에서 약 10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되며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후 올해 2월에는 21·22회차 CB에서 약 14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추가로 행사됐지만, 이렘은 이를 자체 현금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사는 한희철 씨를 대상으로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렘은 우여곡절 끝에 4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지만 실제 확보한 현금이 제한적이어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조달 여건이다. 현재 이렘 주가는 600원대 수준으로 액면가(500원)에 근접해 있다.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추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주가 안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액면병합 등 기술적 대응도 가능하지만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일회성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렘 관계자는 "더 이상 납입이 지연되면 안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 결국 납입자를 에스앤티제1호투자조합으로 변경하게 됐다"며 "주가 관리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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