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김현호 기자] 최영준 무신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개인적으로는 인생숙원으로 꼽히는 기업공개(IPO)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회계사와 컨설턴트 출신의 최영준 CFO는 과거 티켓몬스터와 SSG닷컴에서 상장을 주도했던 실무역이었지만 연이어 실패하면서 징크스를 얻게 됐다는 지적이다. 무신사의 기업공개(IPO)를 이끄는 그가 미완의 재무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무신사 상장으로 반전시킬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특히 이번 상장은 10조원 이상으로 기대되고 있어 목표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성장 로드맵 구축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오는 7월 상장 예심을 청구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 8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IPO를 공식화한 지 1년 만의 중대 변곡점으로 지목된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고, 공동 주관사로는 KB증권과 JP모간이 이름을 올렸다. 목표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거론된 10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증시에 입성하고자 하는 발행사의 의지가 무척 강해 실무는 지체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사에서 현재 키맨은 최영준 CFO로 상장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주관사 선정 당시에 고난도 RFP를 설계한 당사자로 유명하다. 최 CFO는 주관 업무를 원하는 증권사들에 단순 제안서를 넘어 다각도의 기업가치 산출 모델과 성장 시나리오별 실현 가능성, 세부 전략 등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과거 각 증권사가 주관한 딜에서 발생한 문제와 해결 과정까지 기재하도록 하며 거래 참여를 원한 실무진들을 압박했다는 전언이다.
그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까닭은 반복된 실패의 트라우마로 인해 상장 완주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최 CFO는 유통업계 내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과 베인앤컴퍼니를 거쳤다. 베인앤컴퍼니 재직 시절 사모펀드(PEF) 투자 실사 조직에서 근무하며 티몬, SSG닷컴 등과 인연을 맺었다. 자체 브랜드(PB) 강화 목적의 인수합병(M&A)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를 발판 삼아 티몬 CFO와 SSG닷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하기도 했다.
두 기업 모두 생존과 직결된 IPO 과제를 안고 있었다. 티몬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사업 지속성 우려가 컸다. 재무 건전성 회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공모 자금 유치가 시급했다. 대주주인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상장 압박도 강했다. SSG닷컴 역시 재무적투자자(FI)와의 투자 약정에 따라 증시 입성을 완수해야 했다. 풋옵션 트리거가 사실상 소멸하면서 부담을 덜었지만 발행사의 상장 의지가 확고했다. 시장 환경 악화에도 IPO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상장이라는 특명을 안고 최 CFO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둘 다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수차례 투자 유치를 이끌며 자금 조달 능력은 입증했으나 기업 생애주기의 정점인 상장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최영준 CFO는 시장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번번이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기는 행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화려한 이력과 달리 성공 방정식을 스스로는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IB 관계자는 "매번 상장을 자신하면서 요직을 맡았지만 결과로 보여준 적은 없다"며 "아무리 재무 관리나 투자 유치 능력이 뛰어나도 기업이 기대하던 IPO를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커리어의 큰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준 CFO에게 무신사 상장은 이런 맥락에서 절호의 기회다. 현재까지는 창업주인 조만호 의장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가운데 증시가 코스피 기준 6000선을 오르내리고 있어 전과 비교했을 때는 더 없이 좋은 조건에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무신사 내부의 기대치는 실무자에게는 또다른 부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조만호 의장이 최측근들을 재무라인에 배치해 조직을 구성했고 (최 CFO에게) 상장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겨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반대로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조만호 의장이 내심으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신임은 곧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신사의 경우 티몬이나 SSG와 달리 10조원 이상으로 기대되는 기업가치가 큰 숙제다. 가파른 성장세에도 단순 계산으로는 목표 기업가치 도출이 어렵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지난해 추정 매출액 1조5000억원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10조원을 산출할 경우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6.7배에 달한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당시 적용된 멀티플이 3.5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고평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상단 확보를 위해서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 전략도 거론되지만 투자자를 납득시킬 논리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영준 CFO의 역할은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신사는 티몬이나 SSG닷컴 등과 비교해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투자자 관심도가 높다. IB 관계자는 "10조원이라는 자체적인 허들은 높지만 그가 경험한 기업들과 달리 상장 과정의 걸림돌은 적다"며 "결국 상반기 실적을 극대화해 성장 잠재력을 숫자로 증명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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