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유럽산 터빈을 선택한 배경에는 국산 터빈의 '기술적 격차'와 '실증 데이터 공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룡들이 이미 15MW급 초대형 터빈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것과 달리, 국산 터빈은 여전히 10MW급의 문턱을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세계 1위 풍력 단조 기업인 '태웅'의 명품 공급망을 안방에 두고도, 정작 이를 담아낼 국산 시스템의 체급이 낮아 외산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38년까지 40.7GW 이상의 풍력발전 보급 목표를 제시했으나, 2024년 말 기준 실제 설치량은 약 5.4% 수준인 2.2GW에 불과하다. 제조업의 '규모의 경제'는 설치량의 지속성에서 나오지만, 국내 현실은 인허가, 주민 수용성, 계통 연계 문제로 인해 프로젝트가 단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웅의 단조 부품은 베스타스(Vestas), GE 등 글로벌 터빈사들이 앞다투어 채택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국내 프로젝트에서 국산 공급망의 활용이 제한되는 이유는 이를 완성품으로 구현하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역량의 격차에 있다. 국내 터빈 회사들이 태웅의 부품을 받아서 제품을 만들기엔 아직 기술력이나 제품 품질면에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태웅 역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진출이 수익성면이나 기업 운영에 유리하고 정부의 규제도 심해 국내 시장 진출은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태웅 관계자는 "제조업은 라인, 인력, 공정 등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량의 지속성이 생명"이라며 "현재 국내 시장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인해 발주가 간헐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안정적인 생산 스케줄을 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증 데이터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글로벌 메이저 터빈사의 품질 인증(Qualification) 자체가 가장 높은 수준의 데이터"라며 "문제는 검증된 부품을 기반으로 최적의 구성을 만들어내는 국내의 엔지니어링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이 아직 글로벌 수준의 신뢰를 쌓지 못한 데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태웅이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을 받아줄 국내 터빈사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국내 터빈 시장의 맏형 격인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이제 막 10MW급 인증을 마친 단계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15MW 이상의 초대형 터빈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또한 조 단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주도하는 금융권의 신뢰를 얻을 만큼의 설치 경험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술 격차보다 더 큰 장벽은 금융권이 요구하는 '실전 기록(Track Record)'이다. 해상풍력 특성상, 수천대의 설치 경험을 가진 글로벌 OEM사의 터빈을 선호한다. 최근 신안우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영광 낙월 해상풍력 등 주요 사업에서 국산 터빈이 외산에 밀려 배제되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태웅의 명품 부품들도 국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입찰 제도 역시 태웅과 같은 프리미엄 공급망의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태웅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약 30~4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국내 입찰 시장에서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가 부품과 단순히 '가격'만으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력 산업에서 태웅의 제품을 중국산 저가 부품과 가격으로만 비교하는 것은 산업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위"라며 "풍력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인 만큼 조달 과정에서도 품질 신뢰성뿐만 아니라 탄소 저감 기여도, 공급망 안정성 등 환경적·전략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렬 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은 "태웅과 같은 글로벌 리딩 기업의 제품이 국내에서 활용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은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향후 입찰 제도는 최저가 중심에서 벗어나 가치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내수 시장에 녹아들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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