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6.3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대선후보들의 입에선 좀처럼 부동산 관련 공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공약은 선거판을 흔드는 핵심 이슈인 점을 상기한다면 신기한 현상이다.
사실 여러 후보들이 이렇게 부동산 공약에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민심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관해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지지율 폭락의 뇌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기껏 말을 내뱉었다가 본전도 찾기 힘든 공약이라면 애초에 이야기를 안 꺼내는 게 훨씬 합리적인 전략이긴 하다.
물론 부동산 공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각 후보자들은 신도시 개발과 노후도시정비를 통한 공급확대 및 규제완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내용도 일부분 담겼다. 누구나 예상가능하고 제시할 수 있는 뻔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과거 대선처럼 두꺼운 공약집으로 나올만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대부분 큰 골자만 몇 줄 제시해두고 더 이상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회도 지금까지 3차례나 열렸지만 부동산 정책에 관한 거친 공방을 펼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시흥시에 위치한 거북섬 웨이브파크 정도가 잠깐 이슈로 떠올랐을 뿐이다.
사실 이처럼 부동산 이슈가 대선판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배경으로는 시대가 변한 탓도 있다. 수년 전 부동산 급등기 때 너도나도 일명 '패닉 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을 하던 시기가 지났다.
그 당시 부동산을 마련한 사람도 많지만, 아예 내집 마련에 미련을 버린 사람들도 있다보니 전반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관한 유권자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대선후보들 입장에선 선거운동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소재로 헛심을 뺄 필요가 없다.
또한 양극화된 부동산 민심도 대선 후보 입장에선 부담스런 배경이다. 이미 집을 사거나 상급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는 규제 완화 공약에 관심을 보이고, 그 반대 입장의 사람들은 집값을 잡는 공급 확대에 더 관심이 많다. 자칫하면 상충된 공약으로 후보자가 유권자의 표심을 잃어 버릴 수도 있다.
부동산 공약이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점도 후보자들의 태도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주로 부동산 공약은 공수표를 남발하는 퍼주기식 정책이 많다보니 후보자의 정책 신뢰도에 금을 낼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이전보다 똑똑해진 유권자들을 상대로 후보자들이 무리수를 감행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전은 부동산 관련 이야기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입을 닫은 채 끝낼 일은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산적한 부동산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양극화와 주거복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조심스러운 전략을 택했을 수는 있지만, 부동산이 우리 삶의 근간이라는 점을 후보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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