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에 대한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가운데 홈플러스 경영을 책임지고 있었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MBK는 잠재적 자금이슈를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납품 대금 부도 등이 발생하기도 전에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금융채무 탕감을 목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것은 지나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거 영화엔지니어링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포트폴리오사를 두 번이나 기업회생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MBK의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 빚 상환‧단기 성과 치중하다 '와르르'…반복되는 '실패 방정식'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 제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주심 박소영 부장판사)는 대표자 심문을 거쳐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및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0시 3분경 온라인으로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1시간 만이다.
MBK가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 중 법원 회생 절차에 들어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6년 철골‧플랜트 제조업체 영화엔지니어링이 기업회생에 들어간 이후 9년 만이다.
MBK는 지난 2009년 영화엔지니어링을 1000억원에 인수했다. 영화엔지니어링은 철강구조물 및 금속구조재 제작, 설치에 강점이 있는 업체였다.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성장성도 높은 기업으로 꼽혔다.
인수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영화엔지니어링은 2012년까지 매년 약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인수 5년차인 2013년부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MBK는 이듬해 채권단과 협의를 맺고 12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이어 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조달한 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임직원의 70%가량을 내보내 고정비용 줄이기에 몰입했다.
이같은 조치는 기대와 달리 역효과가 났다. 영화엔지니어링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수주활동이 어려워졌고 인력 감소로 인해 신규 영업이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했고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2015년 영화엔지니어링 매출액은 838억원으로 떨어졌다. 2012년까지만 해도 2673억원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84억원에서 마이너스(-) 12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웠던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대주주가 MBK에서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변경됐다. 유암코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신용등급을 회복시키는 등 인수 1년 만에 영화엔지니어링의 기업회생절차를 졸업시켰다.
영화엔지니어링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MBK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시장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배경도 있었지만 무리한 해외 수주 전략과 비용 절감 등으로 단기 성과 및 외형 확대에 치중해 영화엔지니어링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MBK의 아픈손가락은 영화엔지니어링뿐이 아니다. 포트폴리오사 중에 케이블방송 기업 딜라이브(옛 씨앤앰)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등은 채권단 관리 절차를 거쳤다.
특히 딜라이브는 MBK가 2007년 1조46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급격한 실적 하락을 보였다. IPTV와 OTT의 잇따른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 딜라이브는 MBK에게 투자금 전액 손실을 안겨줬다. MBK는 딜라이브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 MBK "선제적 대응 차원" 해명 불구, "책임 회피" 지적 잇따라
업계는 과거 영화엔지니어링 전례가 홈플러스에서 반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MBK가 단기 실적 및 엑시트에 집중하다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MBK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펀드에서 2조 5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를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4조 7000억원 중 2조 7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조달했다.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다 보니 금융부담이 컸다. 매년 대규모 자금이 이자비용으로 빠지다 보니 빚을 먼저 갚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에 MBK는 점포 20여개를 매각해 약 4조원을 현금화했고 이를 차입금 상환에 활용했다. 온‧오프라인 시설투자 등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 오프라인 유통 업체 전반에 침체가 찾아오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7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335억원,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흐름이 유지됐다. 2024년에도 3분기 누적 15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상거래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는 부실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우려를 불식하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는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납품대금이나 이자비용 연체 등 부도가 발생하기도 전에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법원 문을 두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낮춘 데에 책임을 돌리며 그동안의 경영 실책을 감추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최근에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점포 매각으로 막대한 자금을 유동화했지만 이를 인수자금 상환에 활용하는 데 그쳐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실책을 다른 기관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4월 초까지 채권 신고 기간으로 설정했다. 홈플러스는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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