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회생절차에 들어간 대형마트 '홈플러스'에 대한 금융권의 총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중 시중은행의 익스포저는 1100억원 규모다. 익스포저 규모가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에 비해 작은 수준이지만 은행들은 앞으로 진행될 관련 절차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의 홈플러스 익스포저는 지난달 말 기준 1조4461억5000만원으로 파악된다.

국내 은행의 익스포저 규모는 1105억5000만원 규모다. 주로 일반대출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국내 은행 중 홈플러스에 시행한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546억7000만원이다. 이어 신한은행(288억8000만원), 우리은행(270억원) 순이다.

전체 금융권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익스포저 규모가 6551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7억7000만원이다. 이들 3개사는 직접 대출이 아닌 담보채권(신탁)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앞서 3개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와 3년 만기 조건으로 1조2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재융자) 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맺은 신탁계약의 수익증권을 메리츠 금융 3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 하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셈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신용보증기금의 익스포저도 각각 219억4000만원과 860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로 파악된다.

금융권은 이날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회생신청 개시 여부까지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만큼 은행들은 우선 결과를 지켜본 후 향후 행보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곧바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대출을 실행한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도 분주해졌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제4부는 홈플러스의 선제적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 및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이달 18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고 오는 6월 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메리츠증권을 중심으로 조만간 채권단회의를 열고 회생계획 등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채권사가 (채권단회의를) 소집하면 일정을 맞춰 진행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관련 CRO(최고리스크책임자) 역시 회의를 통해 선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주채권사를 맡을지는 미지수다. 통상 익스포저 규모가 많은 금융사가 주채권사를 맡아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하지만 이번 홈플러스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이 주채권사를 결정하는데 통상 1금융권에서 은행이 맡아왔다"며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달라서 채권액과 기업구조조정 수행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단기채무 이자 확대를 회생절차 신청의 이유로 들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익스포저가 큰 메리츠금융그룹에 대한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