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부스를 한 번 차리면 기업 홍보 효과가 크고, 기존 고객사나 타사로부터 인맥을 소개받아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엔지니어들과 기술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19일 서울 강남 코엑스 '세미콘코리아 2025'에서 만난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행사를 통해 인맥 네트워크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주 성과를 올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엔 한 글로벌 기업이 먼저 찾아와 거래를 제안해,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세미콘코리아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다. 행사 첫날에는 입장 1시간 전인 9시부터 행사 입장을 기다리는 참관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큐알(QR)코드를 찍고 출입증 명찰을 받는 데만 20분 이상 걸렸다. LG전자, SK실트론, 세메스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도쿄일렉트론(TEL), DDS 등 해외 기업 관계자들도 대거 모여 행사장 복도가 참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입장 시간인 10시가 되자 물밀듯 입장하는 참관객들로 행사장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이날 전 세계 500여개의 반도체 기업들이 제각각 부스를 꾸려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대기업 부스와 작은 업체 부스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부스는 타 기업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부스를 간소하게 꾸미는 대신 많은 인력을 배치해 빠른 대응을 우선시했다. 반면 제품 홍보를 중시하는 작은 업체들은 주력 제품을 대량으로 전시해 눈길을 끌려는 모습이었다.
행사에서는 특히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은 3층 메인 입구 앞에 역대 최대 규모인 495㎡짜리 부스를 설치했다. 부스에는 상담용 테이블이 여럿 배치돼 있었다. 이 외에도 히타치하이테크, 후지필름, 니콘 등 다양한 소부장 기업들이 부스를 열어 자사 소개에 힘을 쏟았다.

히타치하이테크는 반도체 검사 장비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 국내 검사 장비 시장은 히타치, AMAT 등이 독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히타치하이테크코리아 관계자는 "샘플 시료를 클리닝하거나, 단면 촬영 또는 가공을 하는 데 특화된 장비를 내세우고 있다"며 "특히 TM4000이라는 자사의 소형 전자현미경(SEM)은 챔버에 시료를 넣으면 컴퓨터를 통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필름 등으로도 잘 알려진 후지필름도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앞세워 활발히 홍보 활동을 펼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바이오코리아 2024'에서도 부스를 선보인 바 있다. 반도체·바이오 등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영역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이다. 후지필름은 포토레지스트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니콘은 극자외선(EUV) 장비 코너를 부스 중앙에 배치했다. 과거 이 회사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EUV 장비 개발을 포기했으나, 최근 EUV 장비 수요가 늘면서 다시금 신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니콘 관계자는 "전공정, 후공정에 각각 활용될 수 있는 EUV 장비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ASML 등 경쟁사보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려 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는 신제품을 내세워 주요 칩 메이커에 논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ASMPT, KLA 등 글로벌 장비사들도 부스를 크게 차렸다.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ASMPT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조립 솔루션인 'SIPLACE CA2'를 부스 입구 오른편에 배치했다. 장비 사이즈가 커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ASMPT 관계자는 "이 장비는 웨이퍼 및 패널 수준에서 고속으로 다이와 SMT 부품을 결합한다"며 "대량으로 고급 패키징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용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한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한 국내 장비사 공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피드백을 받기 위해 인사담당자를 찾아왔다. 인사담당자는 별도로 마련된 채용 상담 공간으로 안내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살펴주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채용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지난해 행사에서는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상담 공간을 수십명의 학생들이 둘러싼 적도 있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홍보는 물론 인재 육성도 가능해, 회사측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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