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2023년은 반도체 시장이 어려웠지만 지난해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올해 시장은 지난해보다 플러스 알파(+α)가 기대된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만난 반도체 장비 업체인 엘에스테크 관계자는 "HBM 부흥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공정들이 추가되고, 8단·12단 적층이 확대되면서 측정 장비를 포함해 업황 전반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HBM 특수로 반도체 시장 전반에서 기회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엘에스테크 한 곳만이 아니었다. 정밀 측정 솔루션 공급 업체인 마르포스 담당자는 "HBM 분야는 올해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도 추가적인 투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HBM용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를 제조하는 동진쎄미켐도 올해 시장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HBM 주도권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기술 경쟁이 심화할수록 시장 전반의 활기가 커지고, 결국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여전히 어렵지만 D램은 HBM 덕분에 올해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앞으로 펼칠 HBM 전략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공식 스폰서인 한미반도체는 자사 부스 벽면에 HBM의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 이미지를 별다른 설명 없이 배치했다. '2024 더 베스트 서플라이어'와 '2024 10 베스트 서플라이어' 등 수상 배지도 함께 걸어 고객 만족도를 강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미반도체 담당자는 "고객사 입장에서 보조 공급업체(서브 벤더)를 늘리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TC 본더 업체들이 여럿 있지만 결국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현재 SK하이닉스에 들어가 있는 장비 95%는 우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이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5~6년 내 1조원달러(약 1443조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세미콘 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가우라브 굽타는 "2030년, 2031년이면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프로세서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HBM은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오는 2028년 전체 D램 시장에서 HBM 비중은 30.6%를 차지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사들의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수율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