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 개막 첫날 현장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부스 앞에 멈춰 서기만 해도 응대자가 곧장 나설 만큼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이러한 탓에 기업 관계자들이 타 부스를 방문해 기술 동향을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부장 업체 부스를 찾아 특정 장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고 있었다. 해당 업체의 연구소가 이미 SK하이닉스 사내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 장비를 눈으로 확인하고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최근 업계 흐름이 어떤지 살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삼성전자 현직자들도 여럿 보였다. 일부는 과거 근무했던 반도체 업체의 부스를 찾아 기술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SEDEX 첫 행사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석해온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미콘 코리아'와 달리, SEDEX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라 특별히 자사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려고 나오는 건 아니다"며 "엔드 유저들(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부스를 차리니까 나머지 업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이 부스를 많이 방문하는 편이고, 그럴 때마다 신기술을 영업할 기회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드 유저뿐 아니라 업체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반도체 전공정 장비 기업인 원익IPS 부스에는 타 업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장비 발주 문의를 이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격 비딩(제시) 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설계 변경'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분위기였다. 이에 부스 관계자가 "(설계 변경 건은) 엔드 유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기술팀을 통해 제안해 달라"고 응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속 있는 행사인 만큼, 각 소부장 업체들은 부스에 자사의 핵심 기술과 제품을 여럿 선보였다. 특히 SK하이닉스 부스 맞은편에 자리한 반도체 클린룸 업체 신성이엔지가 눈길을 끌었다. 신성이엔지는 부스 전면에 '수가습시스템'의 모듈 버전을 전시했다. 실제 반도체 팹 내 대형 클린룸 안에 해당 모듈이 여러 대 설치되고, 이를 중앙 CCR에서 일괄 관리하는 구조다. 신성이엔지가 약 10여년 전 개발해 안정성을 입증한 기술로,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과거 클린룸은 파티클 제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속도·온도·기류까지 통합 관리해 오염원을 제거하고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성이엔지의 수가습시스템은 이러한 종합 제어 기술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린룸 내부에는 외조기, DCC 등이 상시 가동된다. 자사 수가습시스템은 이에 따른 열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제품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기업에도 납품 제안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부품 신뢰성 시험 업체인 큐알티는 'SEE 분석시스템'과 '무선주파수(RF) 분석시스템' 두 가지 장비의 실물을 공개했다. SEE 분석시스템은 가속 방사선 빔 시설의 특수 환경에서 다양한 반도체 제품의 소프트에러를 평가할 수 있는 장비다. 큐알티 관계자는 "우주 환경에서의 방사선을 검출하는 데 쓰인다. 우주용 칩은 방사선 차폐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해 국내외 칩 메이커들로부터 해당 제품의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엄청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큐알티의 하이엔드급 제품인 RF 분석시스템은 RF 칩의 수명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테스트 장비다. 큐알티 관계자는 "약 10년 정도의 반도체 제품 수명을 예측하는 장비"라며 "기존의 HOL 장비들은 전자파를 사용하지 않아 수명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 우리 장비는 RF를 인가한 상태에서 수명을 측정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주문형 반도체(ASIC) 디자인 솔루션 업체 에이직랜드는 이번 전시에서 'AxHub 플랫폼'과 '하이퍼포먼스 soc 플랫폼' 등 자사의 핵심 기술들을 소개했다. 에이직랜드는 일반 스타트업들이 비용 부담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워했던 칩렛 프로젝트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플랫폼으로 최대 수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이직랜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아도 자금이 빠르게 소진된다. 수백억원의 돈이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게 칩 개발 분야"라며 "에이직랜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고객사들을 돕고자, 칩렛 프로젝트 중 고객이 직접 설계해야 하는 핵심 코어 영역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요소들의 프리셋은 플랫폼에 미리 제작해둔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핵심 코어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집중해 전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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