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을 전량 매입하는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분한 실탄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스캇의 기업가치에 따라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 패션업계 불황으로 영원무역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부분도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원무역은 이달 7일 공시를 통해 스캇 창업주이자 2대주주 비아트 자우그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 전체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비아트 자우그가 보유한 지분이 약 47%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영원무역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기존 보유한 지분 50.01%에 47%를 더해 97%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원무역은 앞서 2013년 스캇 지분 20%에 이어 2015년 지분 30.01%를 추가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분 50.01%를 확보하는데 투입된 금액은 총 1545억원 수준이다. 스캇의 매출은 2013년 5642억원에서 2023년 1조2424억원으로 10년 간 연평균 8.21% 성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전거에 대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2년 1402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추가 지분 인수 과정에서 스캇 지분가치 상승은 걸림돌이다. 현재 영원무역은 주주간계약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취득주식 가치를 산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콜옵션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을 경우 추가로 인수할 지분가치는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자산과 당기순손익을 토대로 산정한 스캇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7008억원 수준이며 지분 47%는 32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영원무역의 현금유동성은 풍부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개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660억원, 이익잉여금은 1조235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유동비율도 각각 43.0%, 143.9%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당장 스캇 지분 전량을 인수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미처분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반대, 유동성 감소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는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패션업계 불황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도 불안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패션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둔화와 이상기온, 경쟁 심화로 다운사이클에 접어든 상태다. 이에 영원무역의 지난해 3분기 누적(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6709억원, 342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2%, 38.7% 줄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912억원으로 2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M&A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로 유동성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지, 향후 얼마나 매출을 창출해서 수익원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영원무역이 스캇을 인수하는 이유는 재무적 부담, 현금창출력 악화 등 당장의 손익보다는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뒷받침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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