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목재·가구 전문기업 선앤엘(SUN&L)이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 체제가 장기화되며 선진화된 지배구조 구축의 실마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너 2세인 정연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확고한 지배 체제가 20여년간 유지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견제 기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장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앤엘의 경영권은 고(故) 정해수 창업주의 아들인 정연준 부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1967년생인 정 부회장은 1990년 입사 이후 2005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2년부터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선앤엘은 1959년 선창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국내 목재·가구 전문기업이다. 목재 가공 사업으로 출발해 1980~1990년대에는 '선퍼니처', '선우드' 등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가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현재는 건설사 납품 등 특판 중심의 B2B(기업간거래) 가구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1976년 코스피에 상장에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며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형성해 왔다. 사내이사로만 9차례 연임하며 이사회 내 영향력을 유지해 왔고 동시에 선앤엘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올해 1월 기준 정 부회장은 회사 지분 23.07%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자 18명의 지분 23.8%를 포함하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46.8%에 달한다. 사실상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체제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구조다.
반면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는 최근 10년 사이 세 차례나 교체됐다. 2016년 김영환 전 대표, 2019년 서성교 전 대표에 이어 2024년부터는 이윤규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조정해 온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동시에 경영 안정성과 연속성 측면에서의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배구조 관련 지표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선앤엘이 공시한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13.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평균인 55.3%를 크게 밑돈다. 이 지표는 이사회 독립성, 주주권 보호, 감사 및 내부통제 등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ESG 평가 역시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ESG 등급에서 선앤엘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C' 등급을 받았다. 이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더딘 가운데 실적 부진 장기화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고 있다. 회사는 2017년 8억원의 영업적자와 9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4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영업손실 118억원, 순손실 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 구조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투명성과 내부 견제 측면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선앤엘 관계자는 "현재 지배구조나 ESG 개선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모범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던 부분은 올해 정관 점검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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