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M그룹이 계열사 SM벡셀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찍이 80%를 크게 상회하는 절대적인 지분율을 구축한 만큼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데다, 저조한 실적 흐름이 지속되면서 배당 등 부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SM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일각에서는 SM벡셀의 상장폐지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M그룹 건설 및 토목 계열사인 동아건설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SM벡셀 주식을 장내매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지난달 10일을 시작으로 이달 13일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65만9477주(0.59%)를 확보했다. 동아건설산업은 해당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총 8억6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계산된다.
◆ 2021년 SM그룹 편입…압도적 지분율, 멈추지 않는 주식 매입
독특한 점은 SM그룹사인 SM하이플러스가 이미 50%가 넘는 SM벡셀 지분율을 확보 중이고, 삼라마이다스 역시 35%에 육박하는 이 회사 주식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M하이플러스와 삼라마이다스, 동아건설산업 3사가 보유 중인 SM벡셀 지분율은 이달 15일 기준 총 85.35%로 집계됐다.
SM벡셀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차량용 냉각수 순환 부품 등을 납품하던 1차 협력사인 '지코'를 전신으로 한다. 지코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현대차그룹에서 창출한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해 왔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여기에 더해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그해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M그룹은 지코 경영권에 관심을 보여 왔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시켜온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경영 전략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겪은 자동차 관련 회사들을 정상화시킨 자신감이 더해진 결과였다. SM그룹은 남선알미늄(자동차 범퍼와 금형 제조)과 티케이케미칼(차량용 시트), 화진(차량용 내장재 표면처리)을 각각 2007년과 2008년, 2020년 SM그룹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정상화했다.

SM그룹은 삼라마이다스를 활용해 2021년 지코가 단행하는 23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지분율 72.06%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라마이다스는 우 회장과 그의 아들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이사가 100% 지배하는 개인회사다. 삼라마이다스는 같은 해 12월 지코가 배터리 생산 업체인 벡셀을 흡수합병하도록 했고,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벡셀이 SM하이플러스의 100% 자회사였던 만큼, 흡수합병에 따라 SM벡셀 주식을 공짜로 취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라마이다스과 SM하이플러스의 SM벡셀 지분율은 각각 42.43%, 41.13%로 조정됐다.
◆ 삼라마이다스 매도 보전 차원?…동아건설산업, 시너지·배당 설득력↓
주목할 대목은 SM벡셀 대주주의 지분율 변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SM하이플러스는 곧바로 SM벡셀 주식을 매수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SM하이플러스 뿐 아니라 동아건설산업까지 SM벡셀 주식을 확대하고 나선 것을 두고 삼라마이다스의 지분 매도와 연관 짓는 시각이 존재한다. 삼라마이다스가 지난해에만 7%가 넘는 SM벡셀 주식을 시간외매매로 정리한 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력은 그리 높지 않다. 삼라마이다스의 지분 축소를 감안하더라도 SM그룹 보유분이 70% 이상이라는 점에서다. 통상 시장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30% 이상일 경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안 그래도 견고한 지배력을 갖춘 상태라는 점에서 추가로 주식을 사들일 명분은 마땅치 않다.
동아건설산업의 경우 건설업이 주력인 만큼 SM벡셀과의 사업적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다. 자금 사정도 넉넉한 편이 아니다. 동아건설산업은 지난해 1년 동안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SM상선과 대한해운 등 특수관계인(계열사)으로부터 약 1200억원을 차입했다.
배당 수익을 노렸다고도 볼 수 없다. 에스엠벡셀이 2014년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의 결손 전환 이후 사실상 매년 순손실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결손금이 409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은 6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손금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지배구조 재편 일환, 추후 스왑 관측…일각선 상폐 가능성
SM벡셀을 둘러싼 납득하기 어려운 주식 매입 움직임은 지배구조 재정비 작업과 맞닿아 있는 모습이다. SM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단순화를 추진 중이다. 예컨대 SM하이플러스가 보유 중이던 대한해운 주식을 SM상선이 인수하면서 '삼라마이다스→SM상선→대한해운'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SM벡셀은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사업을 영위 중인 만큼 남선알미늄 혹인 티케이케미칼과 묶이는 것이 유리하다. 남선알미늄과 티케이케미칼의 대주주는 각각 ㈜삼라와 SM인더스트리(삼라 자회사)다. 중장기적으로 삼라와 삼라마이다스가 주식 스왑(교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동아건설산업이 SM벡셀 주식을 사는 이유 역시 SM인더스트리 건설 자회사인 우방을 염두에 뒀다는 추측이다.
상장폐지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삼라마이다스가 화진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 시킨 전례가 있다는 점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화진의 상장폐지 사유는 법정관리와는 무관했는데, 삼라마이다스는 화진의 회생절차가 종결되자마자 비상장사로 전환시켰다.
SM벡셀의 상장폐지는 SM그룹의 지배구조 재정비와 맞물린다. 비상장사의 경우 흡수합병 과정에서 유리한 비율 산정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SM그룹은 각 계열사간 지분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합병을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라마이다스는 지난해 완전자회사인 한통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했다. SM중공업의 엘아이에스 합병과 SM상선의 케이엘홀딩스 역흡수합병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일반적인 상장폐지 방법으로는 공개매수가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는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웃돈을 주고 매입하는 만큼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직접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경영권 매각이 꼽힌다. '통매각'이 최대한 몸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SM벡셀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고, SM그룹의 인수 시점이 약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 매각을 거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SM그룹 관계자는 "SM벡셀 주식을 지속 매입하는 이유는 주가 변동성 완화 등 책임경영 차원"이라며 "상장폐지나 경영권 매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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