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SM그룹 해운 계열사인 대한해운이 16년 동안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해운은 그동안 선박 발주 등 투자 확대를 이유로 배당을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실적 개선으로 배당 여력을 확보한 데다 연이은 선박 매각으로 기존 명분이 힘을 잃은 모습이다. 배당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회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전략 수립을 하지 않고 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2008년 주당 500원에 배당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무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9년 순이익이 마이너스(-)5921억원을 기록하면서 배당을 중단했다. 대한해운은 2013년 SM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며 주주환원에 비교적 인색했다. 이 회사가 최근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서 "최근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본을 유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어 배당정책과 실시 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해운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 여건과 의견들 보면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이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으로는 해운업이 다른 산업과 비교해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인 산업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해운업은 선박 한 척당 최소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자본이 투입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선박 발주를 한두 척만 미뤄도 수년 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해운업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내내 구조적 불황을 겪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당시 해운업계는 호황기에 발주된 신규 선박이 시장에 쏟아지며 공급 과잉이 시달렸다. 대한해운이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업황 악화의 여파였다. 당시에는 배당을 논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한해운의 재무구조가 과거와 달리 상당 부분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해운의 매출은 2013년 연결기준 5354억원에서 지난해 1조7472억원으로 22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3억원에서 3286억원으로 224.3% 커졌다. 배당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8723억원에서 지난해 1523억원으로 돌아섰다.
더군다나 대한해운이 기 보유 선박을 줄줄이 처분하면서 선박 투자 필요성을 앞세운 무배당 논리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대한해운은 지난해 5월 정유사와 장기계약을 위해 운용하던 선박인 초대형 유조선(VLCC) 4척을 약 63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대한해운은 앞으로 벌크선 2척을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배당 대신 투자를 택해왔다는 기존 설명과는 결이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예전과 비교해 재무 건전성이 많이 개선됐다"며 "재무적으로 보면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한해운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694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배당을 시행할 충분한 내·외부 조건이 갖춰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소외된 대한해운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해운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장기 무배당 경영에 항의하는 4차 질의서를 내용증명 형태로 발송했다. 주주연대는 사측에 올해 주당 30원의 결산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대한해운의 소액주주 수는 23만8275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9%에 달한다. 보유 주식 수 역시 1억5132만493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46.89%를 차지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소액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로 '해운업은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설명해왔다"며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이뤄진 선박 매각을 보면 전혀 앞뒤가 맞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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