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통신장비업체 에이스테크놀로지(에이스테크)가 2020년부터 이어진 업황 둔화와 단일 사업 구조의 한계로 인해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을 냈던 회사는 이후 적자로 전환했으며, 영업손실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5G 인프라 구축 지연과 주요 고객사의 긴축 경영으로 인한 매출 부진 속에서 에이스테크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테크는 2020년부터 본격화한 실적 부진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2019년에는 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61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이후에도 ▲2021년 -355억원 ▲2022년 -201억원 ▲2023년 -623억원 등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올 들어 2분기까지의 누적 적자 규모는 137억원에 달한다.
순손실 역시 2019년 이후 매년 발생했다. ▲2019년 -97억원 ▲2020년 -831억원 ▲2021년 -317억원 ▲2022년 -302억원 ▲2023년 -788억원 등으로, 이로 인해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2019년 말 892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216억원으로 4배 넘게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손실은 152억원을 기록, 자본총계는 46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5121.3%로 지난해 말 1102.5%에서 4018.8%포인트 급증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안테나·통신장비 제조'라는 단일 사업 구조가 지목된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5G 투자 지연이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에이스테크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고객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려 했으나 영업적자 장기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 온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에이스테크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위축과 맞물려 삼성전자도 인건비 절감 등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에이스테크의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한 상태로, 올해 반기 결산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은 82.3%에 달해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의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에이스테크는 하반기 수익성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하반기부터 5G 인프라 구축이 지연된 미국이 광범위한 5G 설비 투자를 통해 커버리지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업황 개선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5G 설비 투자가 확대된다고 해도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주요 통신장비 업체들의 긴축 경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테크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대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5G 투자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관련 인프라 투자가 부담스러워진 데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 5G망 기반 디바이스가 아직 많이 출시되지 않아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경쟁사들과 달리 에이스테크는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보니 신사업 도전에 제약이 있다"며 "현재는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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