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히알루론산을 기반으로 HA필러 등을 생산판매하는 바이오플러스가 오너 2세로의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정현규 바이오플러스 대표가 장녀 정보인 씨와 장남 정재원 씨를 대상으로 주식을 매년 증여하고 있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바이오플러스가 최근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전환사채매수선택권(콜옵션)을 부여한 것도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현규 바이오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17일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345만5352주(22.17%) 중 30만주(0.52%)를 장남 정재원 씨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재원 씨의 보유 주식주는 173만8457주(지분율 3.0%)에서 203만8457주(3.52%)로 늘어났다.

정 대표가 2022년 7월부터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후 장남 정재원 씨에게만 지분 증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몇 차례 증여 과정에서 정재원 씨 뿐만 아니라 장녀 정보인 씨에게도 동일하게 지분 증여를 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증여를 두고 기업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1957년생인 정 대표 입장에서 후계 구도를 고민할 시점인데다 두 자녀에게 동일하게 지분을 증여하던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를 본격화했다. 2021년 9월 상장 당시 장녀 정보인 씨는 7만2280주(0.52%), 정재원 씨는 12만468주(0.87%)를 보유했다. 다음해 7월 정 대표는 자녀들에게 각각 10만주씩을 증여했고, 이들의 보유 지분은 1.19%, 1.52%로 소폭 증가했다.

이후 무상증자 등의 영향으로 2022년 말 기준 보유주식 수는 정보인 씨 64만1056주, 정재원 씨 76만8457주로 늘어났다. 다만 지분율은 희석돼 정보인 씨 1.06%, 정재원 씨 1.27%로 하락했다.

정보인·재원 씨는 지난해 8월 증여세 납부를 목적으로 보유 주식 일부를 장내 매도했다. 두 자녀는 각각 2만주, 3만주씩 매도해 1억7806만원, 2억6498만5000원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분율은 하락했다.

그러나 곧바로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각각 100만주를 증여해 보유 지분은 정보인 씨 162만1056주(2.67%), 정재원 씨 173만8457주(2.86%)로 증가했다.

이번 정 대표의 지분 증여로 두 자녀 간 지분율 격차도 커졌다. 지난해 지분 증여 직후 정보인 씨와 정재원 씨의 지분율 차이는 0.19%포인트였지만 현재 0.85%포인트로 상승했다. 증여하기 전 26.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정 대표는 계속되는 증여로 지분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분 20%대를 계속 유지 중이다.

장남 정재원 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992년생인 그는 현재 바이오플러스 내에서 근무 중이며 국제 전시회 등에도 참석하는 등 경영 실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플러스가 최근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한 CB를 발행한 것도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바이오플러스는 지난달 29일 6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이때 발행회사 또는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매도청구권자)이 콜옵션 행사일(사채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되는 2026년 1월31일 이후 2027년 1월31일까지 매 3개월이 되는날)까지 해당 CB를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매도청구권자는 각 인수인별로 각각 최초 전자등록총액의 60%를 초과해 콜옵션(Call Option)을 행사할 수 없다.

CB 콜옵션은 과거부터 오너일가의 지분 확대에 많이 활용돼 왔다. 'CB 콜옵션 행사비율 제한' 규정으로 과거처럼 CB 콜옵션을 통한 극적인 오너일가 지분 확대는 어렵지만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율만큼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1조(전환사채 발행제한 및 전환금지기간) 3항을 살펴보면 '주권상장법인이 최대주주 등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CB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최대주주 등이 콜옵션의 행사로 각자 발행당시 보유한 주식 비율을 초과해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으로 이를 발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 대표와 자녀들이 증여세 등을 내지 않고도 보유 중인 바이오플러스 지분을 소폭 늘릴 수 있다. 업계는 CB 발행을 앞두고 정재원 씨에 대한 추가 증여가 이뤄진 것도 이같은 콜옵션 행사를 고려한 행보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고 있다. 또 최대주주 지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바이오플러스가 직접 취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딜사이트는 오너 2세의 승계 등과 관련해 바이오플러스 측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