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이 87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환사채(CB)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재무 안정성을 뒷받침하지만, 소극적 CB 관리 전략으로 인해 주가 압박과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체 테스트 전문기업 아이텍은 최근 4회차와 5회차 CB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총 30만843주의 신주 발행을 예고했다. 발행주식 총수 대비 약 1.29% 규모이며, 전환가액은 4회차 CB 6270원, 5회차 CB 6332원이다. 해당 신주는 2월2일 상장될 예정이다.
아이텍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6430원으로 전환가액을 상회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이는 신주 출회에 따른 매물 압력(오버행)을 높여 주가 반등을 제한할 수 있다.
아이텍은 앞서 4회차 CB와 5회차 CB를 각각 201억 원, 2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 중 4회차 CB는 절반가량 주식으로 전환돼 약 96억 원의 잔액만 남아 있다. 상환 부담은 줄었지만, 대규모 주식 전환으로 인한 오버행 우려가 여전하다. 실제로 2025년 말부터 2026년 1월 초까지 잦은 전환청구 공시가 이어지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170억원가량 남은 5회차 CB는 상황에 따라 상환 또는 전환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주가가 전환가인 6332원 아래로 장기간 머물거나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반등하면 전환권 행사로 엑시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자기사채' 재매각 가능성에 쏠려 있다. 4회차 CB 일부를 소각하지 않고 재매각하며 물량 부담을 키운 전례가 있는 만큼 5회차 잔량도 현금 상환보다는 제3자 매각을 통한 신규 물량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아이텍 경영진의 소극적 CB 관리 전략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아이텍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74억원에 달하며, 이 중 30%만 투입해도 남은 CB 잔액(4회차 96억원, 5회차 170억원)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현금 상환 대신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으로 편입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재무지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 가치 희석'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현금이 충분한데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CB 소각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를 견인할 실적 모멘텀 또한 미약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3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하지만, 영업손실은 2024년 28억원에서 2025년 35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94억원에서 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결국 아이텍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고수하며, 오버행과 주주 지분 희석 위험을 지속시키고 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반등에 제약이 될 수 있으며, 기존 주주들의 불만과 시장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4회차·5회차 CB 모두 현금 상환보다는 제3자에 매각을 통한 주식 전환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현금이 많은데도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은 주가 부양보다 현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아이텍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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