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에 강승준 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등판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 관료 출신 배제' 공식이 깨졌다. 이번 인사로 그동안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 출신 가능성을 아예 닫아뒀던 금융공공기관장 인선 흐름도 다소 완화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사상 첫 내부 출신 기관장 탄생을 기대했던 신보는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 반대 목소리를 키워왔던 신보 노동조합은 이날 신임 이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개시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강 전 재정관리관을 신보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신보 이사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강 신임 이사장은 행정고시 제35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차관보급인 재정관리관을 지낸 정통 재정 전문가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국책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 공기관장들은 내부 출신 인사들도 채워졌다. 기재부 및 금융위 출신 고위 관료들이 의례적으로 선임됐던 이전과 확연히 다른 인사 기조에 모피아 출신들이 이동할 자리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박상진 한국산은행 회장, 황기연 수출입은행장,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모두 내부 출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비춰지는 강 이사장 발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경제 관료 달래기식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직 발탁은 아니지만 경제·금융 고위 관료 출신의 넥스트 스텝을 보여주면서 숨통을 트여준 게 아니냐는 의미다.
정부의 이른바 '모피아 길들이기' 인사로 기재부 및 금융위 조직의 인사 적체 및 인력 이탈이 가속화된 점도 이번 인사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고위직들의 외부 이동길이 막히면서 젊은 관료들 중심으로 조직 내부에서의 승진보다 민간 기업으로 이직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오면서다. 최근 차기 사장 공모를 마친 한국예탁결제원 수장으로 행시 39회인 이윤수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하마평에 오른 점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신보가 첫 내부 출신 수장 선임을 기대해온 만큼 취임 초기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신보 내부에서는 역대 이사장들 가운데 내부 승진 사례가 '제로(0)'인 점에 대해 이전부터 회의적인 분위기가 컸다. 강 신임 이사장을 포함해 신보 역대 이사장 22명 중 18명이 정부 관료 출신인데, 이 중 13명이 모피아 인사로 분류된다. 직전 수장이었던 최원목 전 이사장 역시 행시 27회 출신으로, 기재부 재정관리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신임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신보는 내부 출신인 한종관 전 전무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 노조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 가동했던 지난달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내부 출신 수장 필요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강 신임 이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노조는 "신보를 관료 집단의 경력관리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선택"이라며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모피아 밀실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내려오는 외부 인사가 아닌 전문성을 지닌 내부 출신이 정책금융 집행 뿐만 아니라 노사갈등 봉합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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