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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AI 주권' 선언 뒤 텅 빈 주연석…반쪽짜리 역대급 흥행
조은비 기자
2026.03.12 08:00:19
사상 최대 인파·CEO 전원 불참·탈(脫)전기차 가속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6 인터배터리 개막식 현장. (사진=조은비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관람객은 역대급인데, 테이프 커팅식에 배터리 3사 CEO가 한 명도 안 나온 건 의아하네요." (현장 관람객)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인터배터리 2026'은 개막 첫날 사전 등록 인원만 5만2000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사전 등록(5만명) 수준을 뛰어넘었다. 입구부터 쏟아지는 'K-배터리'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달리, 전시장 내부의 온도는 묘하게 엇갈렸다. 화려한 기술의 향연 이면에는 K-배터리의 '심장'인 주요 기업 CEO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CEO들의 불참은 현재 K-배터리 업계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시회라는 '잔치'의 주인공들이 해외 수주 현장으로 발길을 돌릴 만큼 업계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전시장은 당장의 위기를 돌파할 '실전용 기술'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무게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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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배터리 3사가 꺼내든 카드는 '탈(脫)전기차'와 '초격차 안전성'이다.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를 비전기차 분야의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장 중앙에서 전기차를 과감히 치웠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AI 데이터센터용 'JP6 UPS(무정전 전원장치) 랙'과 BBU(Battery Backup Unit) 솔루션이다. 급증하는 AI 수요로 인해 전력 소모가 극심해진 데이터센터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설치 공간을 혁신적으로 줄인 'JF2 DC LINK 5.0'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CLOiD)' 적용 사례를 통해 모빌리티를 넘어 로보틱스 시장으로의 배터리 주권 확장을 시각화했다.



삼성SDI는 성능 못지않게 '안전'이라는 기본기에 집중했다. 'AI Thinks, Battery Enables'라는 슬로건은 삼성의 차세대 전략을 관통한다. 업계 최초의 AI 기반 화재 예방 소프트웨어 'SBI(Samsung Battery Intelligence)'를 전면에 배치했다.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는 이 기술은 '안전하지 않으면 시장도 없다'는 냉철한 판단의 결과물이다.


700Wh/L의 초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각형 배터리와 각형 셀 최초로 4000W급 고출력을 내는 기술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기술적 우위도 강조했다. 삼성SDI는 독자적인 무음극 기술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의 2027년 양산 계획을 재확인하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기술 주권'의 실체를 제시했다. 


여기에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한 일체형 솔루션 'SBB(Samsung Battery Box) 1.5'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진화도 함께 증명해 보였다.



SK온은 '신뢰'와 '냉각'을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잡았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중의 불안을 기술로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하이니켈 배터리 팩에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시스템을 결합한 솔루션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절연 냉각유에 배터리를 직접 담가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다.


화재 발생 30분 전 예측이 가능한 EIS(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기반 진단 기술은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실질적인 안전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 '대면적 냉각 기반 파우치형 셀투팩(CTP)' 기술로 경량화와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


역대급 인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담론은 결국 'CEO들의 부재'였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한국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17~18% 수준까지 하락한 현실이 행사의 무게감을 떨어뜨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개막식 현장을 유일하게 지킨 엄기천 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역설했다. 엄 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정체기(캐즘)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전시는 K-배터리가 단순한 배터리 제조를 넘어 AI와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업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개막 첫날 관람객 수는 2만2969명으로, 지난해(2만1781명) 대비 약 5% 상승했다.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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