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워런 버핏 부럽지 않은 주식투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물산을 비롯한 보유 지분 평가액이 갈수록 커지면서다. 영업이익을 5배 웃도는 영업외수익을 기록할 만큼 주식투자 성과는 뚜렷하다. 재무구조가 주식시장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금까지는 본업과 주식투자 모두에서 양호한 성적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KCC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9274억원, 3610억원이다. 매출·영업이익은 지난해(5조원·3730억원)와 유사하지만 영업외 손익을 가감한 순이익은 사뭇 다르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64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에는 3800억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이 크게 불어난 것은 상장사 보유 지분 평가액이 급증한 덕분이다. KCC가 투자한 대표적인 상장기업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KCC는 2000년 단순투자 목적으로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의 지분을 취득했다. 당시 1730억원어치로 올해 9월 말 평가액은 1조1360억원으로 불어났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500%를 웃돈다.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도 상당하다. 2012년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삼성물산에 투자한 KCC는 170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10%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8%)에 이어 2대 주주다. 올해 첫 거래일 지분 평가액은 1조9270억원이었고 9월 말 3조1400억원에 달했다. 1조2000억원 이상 평가액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 12월8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4조2700억원을 돌파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한다는 소식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KCC가 주식투자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정몽진 회장의 수완 덕분으로 평가된다. 정몽진 회장은 오너 경영인으로 재계에서 폭넓은 인적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려대 경영학, 조지워싱턴대 MBA를 졸업했고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까지 5개 언어에 능통할 만큼 두뇌가 명석한 경영인이다. 범현대가 기업, 동종업계, 장기투자 등의 명확하고 단순한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 회장은 2000년 KCC 전신 금강고려화학 회장에 취임했고 2003년쯤부터 주식 투자에 열을 올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를 비롯해 범현대가 주식 투자로 재미를 봤다. 만도와 제일모직 지분을 투자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기도 했다. KCC는 2008년 한라건설이 만도를 인수할 때 투자에 나섰고 2010년 기업공개를 거치며 지분을 팔아 50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하던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수한 뒤 2015년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할 때 약 12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가장 최근에는 도료부문 경쟁사 노루페인트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노루그룹 지주사 노루홀딩스 투자에 나서며 이목을 끌었다. 9월 말 기준 131만5353주를 보유해 지분율은 9.9%에 달했다. 34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9월 말 기준 수익 구간은 아니지만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두드러진 주식 투자 성과에 따라 재무상태도 크게 변모했다. 영업외수익은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3분기 누적 영업외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72억원으로 3611억원이었다. 영업외수익이 영업이익의 5.67배에 달하는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2.52배, 1.75배였다. 본업보다 주식투자로 이익을 더 벌어들이는데 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큰 주식투자 자산이 많아 KCC의 재무구조 변동성도 커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산총계 16조2000억원 가운데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보유 지분 장부가액 합계는 8조7000억원으로 50%를 상회한다. 부채비율의 경우 순이익 증가에 따른 자본총계 확대로 9월 말 118%로 지난해 말(160%)보다 42%포인트 떨어졌다. 거꾸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과도한 투자자산은 역으로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KCC 재무상태에 관해 "변동성이 큰 주식투자 자산 비중을 고려하면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 구조는 아니다"며 "다만 KCC는 지금까지 주식 투자로 크게 손해를 본 적 없고 본업을 훼손하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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