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넥센그룹 지주사 ㈜넥센이 자사주를 활용해 23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각 대신 메자닌 증권을 찍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넥센이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소각 규모를 따지지 않고, 소각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자사주 306만주 기반 EB 발행…취득가 대비 2배 비싼 처분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센은 전날(22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306만3100주(발행주식수의 5.94%)의 처분을 결정했다. 세부적으로 처분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주당 7686원에 처분(교환가액)해 총 235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회사는 EB 발행 목적에 대해 "물류사업부문 확대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넥센이 찍어내는 EB는 ▲NH-IBKC 밸류 신기술투자조합 ▲NH-파인밸류 제1호 메자닌 신기술투자조합 ▲NH-수성 제2호 메자닌 신기술투자조합이 각각 받기로 했다. NH-IBKC가 215억원 상당을 인수하며, NH-파인밸류와 NH-수성은 각각 10억원씩이다.
EB는 기업이 기 보유 중인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수단인데, CB(전환사채)처럼 신주 발행에 의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우려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EB 투자자는 추후 주가가 7686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장내 매도 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혹은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넥센이 처음 자사주를 확보한 시점은 2018년이다. 당시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84만2501주에 대한 자사주신탁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만료에 따라 해당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후 ㈜넥센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신탁계약 해지에 따라 총 425만5466주를 현물 보유하게 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이 회사의 자사주는 505만8287주이며, 발행주식수 대비 9.4%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넥센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넥센은 자사주를 취득하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총 200억원을 투입했으며, 이를 기 보유 주식수로 나눈 값은 주당 3954원이다. EB 발행 가격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 기 보유 자사주 10% 육박, 상법 개정 대비…물류사업 투자비로 사용
㈜넥센의 EB 발행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이달 열리는 정기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에는 총 5개의 관련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기 보유 자사주의 경우 시점만 다를 뿐 소각해야 한다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실제로 ㈜넥센은 자사주 비율이 9.5%에 달한다. 자사주가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기업가치를 저해할 뿐 아니라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하며 유통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넥센은 만성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였지만, 이재명 정부가 강력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전개하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넥센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핵심 자회사 넥센타이어와의 더블 카운팅(중복상장)이다. 특히 캡티브(그룹사) 물량에 절대적인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주가 상승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형 지주사인 ㈜넥센의 사업부문은 ▲고무 ▲물류 ▲임대 ▲기계 ▲골프장 ▲기타다. 매출 비중은 고무사업이 96.1%로 압도적이다. 이어 물류(3.6%), 기타(0.3%) 순이다. 고무 부문의 90.2%는 타이어 원재료로 납품되며, 3.5%는 자동차용 튜브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나머지 2.4%는 골프공 제작 등에 활용된다. 다시 말해 넥센타이어의 영업 성과가 ㈜넥센 실적을 좌우하는 것이다.
㈜넥센은 EB 발행에 따른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물류사업 부문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1PL(생산자 물류), 2PL(자회사 물류), 3PL(포워딩) 사업을 영위 중이며 관계사, 특히 넥센타이어 비중이 높다"며 "기존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세워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자사주 소각도 동반, 고작 100만주…'보여주기식' 논란
주목할 부분은 ㈜넥센이 EB 발행과 동시에 자사주 소각도 예고했다는 점이다. ㈜넥센은 내년 1분기 중으로 자사주 100만주를 이사회 결의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와 맞닿아 있지만, ㈜넥센의 경우 보유 자사주의 20%를 하회하는 물량만 태우기로 결정하면서,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데, 소각한 금액만큼 자본총계 내 이익잉여금 항목이 줄어든다. ㈜넥센은 올 상반기 말 이익잉여금이 1조1719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총계는 2조4606억원으로 나타났다. EB 발행분을 제외한 자사주는 199만5187주다. EB 발행가를 대입할 경우 총 153억원 규모인데, ㈜넥센의 재무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넥센은 100만주, 약 77억원어치만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EB 발행과 소각 이후 남는 잔여 자사주에 대해서는 추후 활용 계획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넥센이 상법 개정안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명목 상의 소각이 아니냐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넥센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제시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기 위한 목적이며, 빠르면 올해 안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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