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채린 기자] 넥센타이어가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선보인 것과 달리 넥센타이어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혼용 타이어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의 비용 절감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넥센타이어는 이달 전기차 전용 브랜드가 아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등 모든 차량에 혼용 가능한 제품인 '엔페라 슈프림 EV루트'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하나의 타이어'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로 소비자가 차량 교체 시 타이어를 구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편의성과 제조·유통 과정 효율성을 꼽았다.
반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 9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을 론칭했으며 같은 해 5월에는 유럽 시장에도 선보였다. 아이온 출시 연도 한국타이어의 연구개발비는 18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5%(1090억원) 급증했다. 최근 5년간 한국타이어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1806억 ▲2021년 793억 ▲2022년 1883억 ▲2023년 2028억 ▲2024년 2711억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1조940억→1조1258억→1조3967억→1조5680억→1조7057억으로 확대됐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이노뷔'를 선보였다. 금호타이어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884억 ▲2021년 926억 ▲2022년 957억 ▲2023년 1042억 ▲2024년 1469억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출시 연도에는 전년 대비 41%(427억원) 확대됐다. 또한 판관비는 같은 기간 4769억→5044억→5812억→6990억→7937억으로 늘어났다.
반면 넥센타이어의 연구개발비는 ▲2020년 915억 ▲2021년 851억 ▲2022년 905억 ▲2023년 866억 ▲2024년 872억원으로 최근 5년간 변동 폭이 크지 않으며 비교적 보수적인 비용 지출을 유지하고 있다.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같은 기간 3735억→3516억→4858억→5523억→6208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론칭에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브랜드 론칭 시 비용은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광고, 사이드월 디자인 등 마케팅 전반에 자금이 투입되며 통상적으로 이 비용은 여러 회계연도에 걸쳐 반영된다. 이를 감안할 때 넥센타이어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만들지 않은 이유로 보수적인 비용 관리와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 2030년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미국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따라 다음 달 말부터 연방정부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되는 등 정책 변화 여파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는 전기차 캐즘이 끝나면 전기차 수요가 재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점에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업체는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타이어 수요 급증기에 브랜드가 부재한다면 전기차 구매자들이 기술 우수성이나 전용 상품 여부를 인지하기 어려워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재는 글로벌 타이어 기업인 미쉐린, 브리지스톤, 콘티넨탈 등도 넥센타이어와 같이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지 않고 혼용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넥센타이어가 글로벌 스텐다드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프리미엄 타이어 기업과 비교했을 때 넥센타이어는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 투자 규모 등 비교적 제한적이기에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전기차 특성상 내구성과 접지력, 저소음 등 성능이 강화된 타이어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성능은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성능이 뒷받침되면 동일한 타이어로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소비자의 혼란을 줄여주고 전기차에서도 변함없이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올 하반기 제품부터 'EV 루트' 마크를 각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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