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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한 LH의 집값 잡기 한계
김정은 기자
2025.09.23 08:25:09
시행부터 건설까지 공공 만능주의 기반한 해법…실효성 의문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08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아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에게 내려지는 특명이다. 주거 안정은 언제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한 과제였다. 대한민국의 무주택자는 여전히 44%에 달하고 서울 강남의 수십억원대 아파트는 서민들의 삶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번에는 어떤 부동산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파격적이었다. 주택 공급 및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과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확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LH가 입찰 경쟁을 통해 택지 매각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고착화했고, 그 결과 건설사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분양가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LH개혁은 LH가 주택을 직접 공급해 분양가를 낮추고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값싸고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에 따라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고 민간이 자체 공사를 진행하는 기존 방식은 금지될 전망이다.


이 구상에는 대통령의 기업관이 엿보인다. 기업을 이익만 추구해 LH와 결탁하며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악(惡)'으로 규정해 놓은 셈이다. 반면 공공이 시행을 맡으면 정부 관리 아래 주거 안정이라는 '선(善)'이 구현될 것이라 믿는 듯하다. 공공 주도의 개입이 만능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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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 제기의 방향부터 어긋나 있다. LH가 매각하는 택지는 주로 서울 외 수도권 부지에 집중돼 있으며, 분양가도 서울 '노른자 땅'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초점이 잘못 맞춰진 셈이다. 결국 집값 급등의 원인을 LH 택지 매각 구조에서 찾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또한 건설사가 시행을 맡아 분양가를 높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건설사는 택지를 매입했다고 해서 분양가를 무작정 높일 수 없다. 공공택지 개발 사업에서는 건설사가 시행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하므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건설사가 분양에 실패하면 미분양 부담을 떠안게 되는 만큼 수요를 충분히 고려해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LH 입장에서도 재정적 부담을 키우는 처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LH는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산하 공기업으로,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다. 실제로 LH는 수년째 공공주택 공급으로 적자 구조에 시달리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60조원을 넘어섰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만 6만 가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커지면 국가 재정으로 메워야 하고 이는 곧 혈세 투입으로 이어진다. 설사 공공주택 확대로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결국 세금으로 집을 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LH라는 조직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LH가 직접 시행을 맡게 되면 업무 부담은 한층 커진다. 최근 LH 내부에서도 연봉과 처우를 이유로 인력이 꾸준히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LH입장에서는 업무 확대로 점점 더 세밀해지고 높은 역량이 요구되지만 인력 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LH 내부의 처우 개선이 한계에 있는 상태에서 방대한 사업을 맡기면 조직과 인력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공무원과 공기업에 대해 밝혔던 인식과도 모순된다. 그는 한 차례 "공무원은 신분 보장과 국가에 대한 봉사가 핵심 가치이며,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기업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LH 조직원 개개인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가 이어지면 결국 LH조직을 떠날 수 밖에 없다.


LH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이번 공공 만능주의에 기대는 LH 개혁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을 절대 선으로 보고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조부터 버려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주거 대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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