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정부가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오름폭이 커지면서 공급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안정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와 상승폭 확대를 꺾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중장기 계획인 만큼 즉각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배경에는 금리 인하 여부, 양도세,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 등 금융·세제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이 같은 요소에 큰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정책적 불확실성과 수요 심리 강화로 서울 아파트값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9·7 공급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9월 넷째 주(25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올라 전주(0.12%)보다 0.07%포인트 확대됐다. 최근 4주 상승률도 0.08%→0.09%→0.12%→0.19%로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성동·마포·광진·강동·용산 등 이른바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성동구의 주간 상승률은 0.59%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았고, 마포구(0.43%), 광진·송파구(각 0.35%), 강동구(0.31%), 용산구(0.28%)가 뒤를 이었다. 전주 대비 상승 폭이 2배 가량 확대됐다.
이는 지난 6·27 대출 규제 직후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규제 시행 직전 0.43%로 상승률이 고점을 찍었으나 규제 시행 이후 5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 0.12%까지 떨어졌다. 불과 한 달 만에 0.31%포인트 하락했었다. 대출 규제는 수요 심리에 즉각적으로 작용해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지만 이번 공급 대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구조적 공급 부족…단순 대책 발표로는 수요 억제 어려워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공급 확대 대책은 '미래 물량'에 머물러 단기적인 시장 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공급 대책이 발표되긴 했지만 LH 중심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그쳤고 서울 도심이 아닌 수도권 3기 신도시 위주로 추진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도 서울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은 수요 과잉과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서울 아파트값이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며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수도권에서는 3기 신도시 정도로만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뿐인 만큼 시장 논리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금 규제를 추진하려 해도 조세 저항이 크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며 "예를 들어 양도세를 낮추면 부자 감세 논란이, 종부세를 올리면 집 가진 사람들의 반발이 커져 지방선거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배경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다른 요인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팀장은 "주택 공급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최근 발표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가 한강변 지역으로 매수세를 유입시키면서 거래 증가와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급보다 금리·세제 영향 커…고가 아파트 쏠림 심화
전문가들은 결국 서울 부동산시장은 공급 확대보다 세제·금리 등 금융 여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지적한다. 금리 변화는 대출 가능액과 이자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수요 심리를 좌우하는 반면 세제 정책은 고가 주택 수요를 집중시키거나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즉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는 금융 정책이 공급 정책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국내 연구에서도 주택가격은 금융지수와 금리 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파트값 전망을 위해서는 금리의 향방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제한이나 공급 확대 같은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금리만큼 장기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과 관련한 세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제 구조가 고가 주택 쏠림 현상을 강화하며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태규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양도세 비과세(12억원 이하)와 종부세·재산세 특례 등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고 있다"며 "이처럼 고착화된 1가구 1주택 제도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마용성 등 고가 아파트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1가구 1주택 중심의 세제 혜택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관련 세제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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