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신사옥 건립은 동국제강의 실체와 비전을 더욱 탄탄히 하겠다는 각오이자 다짐입니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2008년 7월 18일 신사옥 페럼타워 착공식에서 밝힌 소감이다. 장 회장은 "페럼타워가 세계로 진출하는 동국제강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로 신사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신사옥은 단순히 구성원의 업무공간 확장을 떠나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었다.
1954년 영등포구 당산동 공장에서 시작한 동국제강그룹은 1974년 당시 을지로 소재 3층 규모 옛 청계초등학교로 본사를 이전했다. 학교 건물과 부지를 사들인 동국제강(현 동국홀딩스)은 한 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했을 뿐 낡은 건물을 33년간 사용해왔다.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도 거의 본모습 그대로 유지해오다, 2007년 지역 재개발 정책에 따라 페럼타워를 건립하게 됐다. 그룹은 신사옥 건설을 위해 잠시 강남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0년 비로소 페럼타워에 입주했다. 빌딩의 명칭이 라틴어로 철(Ferro)이라는 의미를 지닌 페럼타워(Ferrum Tower)로 결정한 점도 동국제강그룹이 철강 종가(宗家)의 전통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장 회장이 페럼타워에 유독 각별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선친인 고(故) 장상태 선대 회장의 유지를 거스르고 지은 사옥인 만큼 끝까지 지켜야 할 자신의 책임감이자 그룹의 상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장상태 선대 회장은 "사옥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을 키우라"는 유지를 남긴 바 있다.
당시 환경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었음에도 장 회장은 마음에 걸려했다. 장 회장은 페럼타워 준공식에서 "송구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아버님이 본사 사옥 짓는 일에는 마음 쓰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 환경과 시대적 요청이므로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은연 중에 동국제강그룹의 상징성과 미래 비전을 담은 선택임을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니 그룹은 철강 불황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을 때도 마지막까지 페럼타워 매각설에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던 장세주 회장은 2015년 4월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지난 10년간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전력을 다했다. 사옥 매각 이전부터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통합 ▲유아이엘 매각 ▲포항 2후판 공장 폐쇄 등 후판사업 재편에 이어 ▲2017년 중국 장강공장 매각 ▲2022년 중국법인 지분정리 ▲2023년 브라질 CSP 제철소 매각 등 체질개선 작업을 잇달아 단행했다. 더불어 철근, 형강, 컬러강판 등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그룹이 꾸준한 체질개선으로 수익기반을 마련한 것과 별개로 장 회장의 마음속에는 언젠가 페럼타워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재매입까지 꼭 10년이 걸렸다. 주력 계열사 동국제강은 지난달 25일 페럼타워를 6450억원에 다시 사들였다. 매매계약 후 그룹은 자료를 통해 "그룹의 상징과 같은 건축물"이라며 "페럼타워 매입은 재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성장'으로 전환함에 의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이와 더불어 오너 4세이자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장 전무는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2년 가까이 맡아온 동국제강 구매실장에 이어 동국씨엠 구매실장을 겸임하며 보폭을 넓혔다. 장 전무는 2007년 동국제강 입사 후 해외 지사들을 거쳐 2016년부터 전략실과 인천공장 등 주요 사업부를 경험했다. 장 전무는 지난해 8월 동국씨엠의 아주스틸 인수 작업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아직 장 전무가 보유한 동국홀딩스 지분은 아직 2.5%에 불과하고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중심으로 형제경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페럼타워를 재매입하면서 장 전무의 단계적인 경영 승계와 더불어 오너 4세의 경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동국제강그룹이 10년 만에 페럼타워를 재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두 그룹 오너간의 신뢰관계가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후문도 전해진다. 6000억원에 달하는 사옥 매매를 오너 결단 없이 경영진이 추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장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등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선 페럼타워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을 우려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현금성자산은 3700억원에 불과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동국제강은 안정적인 재무건전성과 페럼타워 지리적 입지를 앞세운 임대수익으로 차입금 상환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서울 주요 업무지구 부동산 자산은 철강 업황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서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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