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신한금융지주 보험 포트폴리오의 실적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보험은 비은행 부문 순이익 1위로 등극한 반면, 신한EZ손해보험은 그룹 편입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 지주의 '아픈 손가락'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그룹 내 보험 계열사 간 수익 구조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신한EZ손보의 반등을 이끌 카드로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연 확장이 거론된다. 다만 누적된 적자 부담에 더해 시장에 마땅한 매물마저 없어 실적 반전이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10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EZ손보는 지난해 3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그룹 편입 첫해인 2022년(150억원)부터 새 회계제도(IFRS17)가 본격 적용된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78억원, 1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EZ손보에 수백억대 적자를 안긴 주 원인으로는 투자 부담이 지목된다.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지주 체제 하에서 디지털 기반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며 초기 ICT(정보통신기술)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2024년에는 한화시스템과 협력해 10개월에 걸쳐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투자 성과가 매출 확대로 충분히 연결되기 전, 지난해부터 무형자산 상각이 본격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손익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신한EZ손보가 전기차(EV) 배터리 보험 등 신시장 선점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데 반해 성과는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신한EZ손보는 2023년 기아·현대캐피탈과 손잡고 EV 배터리 구독 서비스 관련 보험상품 개발을 목표로 실증 사업을 벌였으나 당초 계획은 법적 규제에 막혀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해당 사업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손익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한EZ손보는 장기보험 중심으로 상품 전략을 재편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 최근 2년 새 단기·소액보험에서 건강·실손보험 등 보장성 보험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이 감지된다.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조회서비스(INcos) 집계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한EZ손보의 개인 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17억6049만원으로 전년동기(7억9621만원) 대비 121% 급증했다. 2년 전(5360만원)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폭은 훨씬 두드러진다. 다만 증가율 대비 절대 금액은 아직 10억 원대에 불과해 단기간 내 손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신한EZ손보의 고전은 뼈아픈 대목이다. 신한라이프가 2025년 5000억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비은행 부문 순이익 1위 계열사로 등극한 데 반해 신한EZ손보는 적자 폭을 키우면서 그룹 보험 포트폴리오의 수익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기반으로 수익 구조가 자리 잡은 반면, 신한EZ손보는 신계약 중심의 성장 단계에 놓여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지난해 3월 신한EZ손보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한EZ손보의 성장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체급 부족'이 거론된다. 보험사가 수익을 내려면 자산을 효율적으로 굴려야 하는데, 신한EZ손보의 경우 지난해 말 자산총계가 3611억원에 그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 스케일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해석이다. 중소형 손보사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산 규모로는 손해율 변동성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가 2025년 3분기 말 88조1482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격차는 확연히 드러난다.
신한EZ손보가 외형적 한계를 극복할 현실적 대안으로는 M&A가 거론된다. 신한금융이 이미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2021년 신한생명과의 통합 작업을 거쳐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검증된 M&A 공식을 신한EZ손보에 충분히 이식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손해율 관리와 리스크 통합 난도가 높아 동일한 성공 공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매물이 시장에 부재하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현재 예별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M&A 시장에 나와 있지만, 신한EZ손보의 재무·자본 건전성을 고려했을 때 합병 후 시너지보다 추가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별손보와 롯데손보의 취약한 기초체력은 수치로 증명된다. 예별손보 출범 전인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금액(기본·보완자본)은 마이너스(-) 1972억원에 달했다. 이는 가용 자본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를 의미한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9월 예금보험공사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가교 보험사다.
롯데손보는 지난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이 141.99%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30%)를 겨우 맞췄지만, 기본자본은 -2953억원으로 결손 상태에 빠져 있다. 킥스비율은 유지하고 있으나 손실 흡수의 핵심인 기본자본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신한EZ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의 적자는 계획된 수준으로 당사는 디지털 시대에 알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며 "지금까지 구축된 기반을 토대로 차별화된 시장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수익성 턴어라운드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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