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4월 사이버 침해사고를 기점으로 관련비용 및 보완투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아이폰 신형 출시에 따른 보조금 인상 조짐이 더해지면서, 현금유출 우려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보상 및 가입자 이탈로 인해 수익성 지표가 크게 둔화하면서 재무 체력이 지속 둔화할 가능성도 크다. 주 수익원인 통신 부문에서 수익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안 및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하루빨리 AI 기업간거래(B2B) 부문에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 2분기 AI 사업 성장세에도 사이버 침해사고 여파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37.1%나 감소했다. 유심교체 및 대리점 손실보상 등 수천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금 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조2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떨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재무 둔화세가 올 하반기 한층 거세질 것이란 점이다.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발표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 중 '통신요금 50% 할인' 혜택 제공이 3분기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향후 5년간 예정된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투자 역시 중장기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잠재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재무적 여파는 단순 일회성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4월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9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탈하면서 주 수익원인 통신부문 근간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의 통신 점유율은 사상 첫 40%대 아래로 내려 앉았다. 최근 비용·투자부담 전반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이를 상쇄할 만한 수익원마저 타격을 입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나마 지난달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인상이 유일한 반전 카드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제 최근 일부 '휴대폰 성지'에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100만원대의 스팟성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였다. 다만 5G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 속, AI 투자 비중도 불어나는 만큼 통신3사가 출혈경쟁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재웅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보조금보단 보안을 대폭 강화해 고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며 "3년 내 재가입할 시 기존 혜택을 원상복구하고, 올해 안에 재가입한 고객에 대해선 고객감사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KT와 LG유플러스도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출혈경쟁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눈 뜨고 90만 가입자를 뺏긴 SK텔레콤으로선 점유율 회복을 위한 총공세마저 접어둬야 하는 셈이다. 그동안 경쟁사들은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거 유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통신업계 점유율이 일부 재분배되면서 경쟁사들이 가만히 앉아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며 "SK텔레콤의 보안투자 규모를 상회하거나, 보안 특화 상품을 앞세우는 등 타깃형 전략이 이어지면서 장외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유일한 기댈 언덕은 AI 부문이라는 분석이다. AI 에이전트 '에이닷'은 지난달 말 기준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AI 저변을 한층 강화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통신사 유일 컨소시엄으로 선정되면서 'AI 브랜드'를 한층 각인시키기도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앞당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국내 최대 규모의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가동률이 일정 반열에 오르면 2030년 AI데이터센터 부문에서만 '매출 1조원'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정부·이통사 AI 투자협력 선언식' 자리에서 "울산 AI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사업은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의 AI 지원 아래 관련 인프라 역량이 풀스택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앞서 퍼플렉시티 같은 AI 유망 업체에도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선구안을 앞세워 서비스 차별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AI 사업에서 주를 이루는 'B2B' 부문 수익화 여부는 해결과제로 꼽힌다. 수년간 적극적인 AI 사업·투자에도 이렇다할 실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AI 사업 매출은 2분기 기준 13.9%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전체매출 대비 비중은 여전히 10% 내외에 불과하다.
유 대표는 "에이닷의 경우 최근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사업모델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전환(AX) 부문이 SK그룹에 이어 국가적 단위로 성숙하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그룹 차원에선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그룹 제조사 등에서 AX 작업을 추진해 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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