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AI 중심 포트폴리오'를 굳히는 데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완만한 상승곡선을 이어가는 'AI데이터센터(AIDC)' 부문에서 그룹사의 기술·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SK텔레콤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뒤 SK그룹 판교 데이터센터를 5000억원대에 양수하는 등 데이터센터 인프라 및 운영 사업 전반을 끌어안는 모양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구축 중인 '울산 AIDC'가 매출 도약에 트리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각기 쌓아온 AIDC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결집시키기 위한 양사 협력이 지속 확장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AIDC 사업을 주 성장동력으로 삼고, SK브로드밴드가 20년 넘게 쌓아온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 등을 적극 결합하며 사업 시너지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5월 SK브로드밴드 지분을 기존 74.35%에서 99.14%로 끌어올리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해 11월 태광그룹, 미래에셋그룹 등으로부터 SK브로드밴드 지분 전량(24.8%)을 인수하기로 한 주식양수도 계약의 후속 조치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2019년 말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을 목표로 인수한 카카오 지분 전량(1081만8510주)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39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SK텔레콤의 '통신·AI 중심 포트폴리오' 전략과 무관치 않다. 그동안 SK텔레콤은 AIDC 구축 기술을, SK브로드밴드는 AIDC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협업을 이어왔다. SK텔레콤이 AIDC 냉각 등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통합관리 솔루션 'DCIM(Data Center Infrastructure Management)'을 운영하는 등 각사 역량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완전 자회사 편입으로 양사 기술·사업적 시너지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SK텔레콤이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여파로 주요 수익·재무지표가 크게 둔화 중인 상황 속, AIDC 사업군은 중장기 실적을 견인할 만한 기댈 언덕으로 꼽힌다.
실제 SK텔레콤은 올 2분기 AIDC 부문에서 매출 108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3%나 증가했다. 기존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 및 신규 데이터센터 오픈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AI전환(AIX) 부문 매출 성장률(15.3%)보다 2% 포인트 낮지만, AIDC 매출 규모가 AIX 대비 2배 이상 크고 매출 추이도 등락 없이 상승곡선을 이어가는 점에 비춰볼 때 미래 성장요인으로 보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근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SK브로드밴드 내에서도 AIDC 사업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올 2분기 기준 매출 1조1200억원, 영업이익 9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9.8% 증가했다. 업황 둔화 중인 '유료방송' 부문에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데이터센터 사업이 포함된 'B2B' 매출(359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나 증가하며 실적 감소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3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최근에는 SK AX로부터 판교데이터센터를 5000억원대에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SK텔레콤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후 첫 투자로, 데이터센터 운영 역할을 SK브로드밴드에 전면 부여해 수익성 위주 경영 기조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SK브로드밴드는 총 9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는 물론 유무선통신, 해저케이블 등 다방면에 걸친 사업 영역에서 SK텔레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특히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최근 AIDC에 거는 기대가 날로 커지는 만큼, 앞으로도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 운영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사의 협력 효과는 추후 '울산 AIDC'를 통해 본격 빛을 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최근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와 7조원 규모의 '울산 AIDC'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이 같은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함께 총괄하는 등 중책을 도맡을 계획이다. 이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SK텔레콤 AIDC 총 용량은 8월 기준 137MW에서 2023년 300MW로 2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최근 정부의 '소버린 AI' 사업에서 KT를 제치고 통신사 유일 사업자로 선정된 데엔 SK하이닉스 같은 그룹사 시너지가 한 몫 했다는 후문도 있다"며 "AIDC 부문에서도 그룹사를 등에 업고 한 발 더 앞서 나가면서 'AI 사업자'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여파로 통신 부문이 휘청이는 가운데 이렇다할 마케팅 증액 움직임도 전무한 만큼, AI 신사업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AIDC 부문이 전사 AI 전환에 있어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6월 판교 데이터센터 양수를 위해 5300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외부자금 조달 규모를 한층 늘린 바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SK브로드밴드는 2분기 기준 143.5%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0% 포인트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한 연간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5G 투자 종료에 따른 자본적투자(CAPEX) 효율화를 병행하며 재무부담 전반을 상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현우 SK텔레콤 AIDC 추진본부장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울산 AIDC의 경우 AWS 투자가 이뤄지고, 그룹에선 SK브로드밴드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투자 대부분을 집행할 예정"이라며 "연도별 집행계획은 AWS 비밀유지 의무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올해 SK브로드밴드 CAPEX는 전년 대비 약 1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연결 CAPEX는 5G망 투자 완료 등 구조적 요인에 힘입어 앞으로도 안정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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