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넥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회장직을 신설하고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를 초대 회장으로 임명했다.
쇠더룬드 회장이 장기 전략 및 글로벌 확장 방향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 말 열리는 자본시장 브리핑(CMB)에서 관련 청사진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재팬은 지난달 20일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스튜디오 대표를 초대 회장으로 임명했다. 단순히 창사 첫 회장직 신설과 서구권 정통 개발자 출신 인물 기용에 그치는 게 아닌, 회사의 운영 방향성과도 연결되는 인사라는 평가다.
쇠더룬드 회장은 장기 전략과 차세대 개발 역량, 글로벌 확장 등을 총괄하게 된다. 쇠더룬드 회장이 넥슨의 사업 방향과 글로벌 진출 계획 등 큰 그림을 제시하면, 이정헌 대표가 세부 전략을 수립한 후 실행에 옮기는 구조다. '전략 설계'와 '사업 추진' 구조를 분리해 실행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자본시장 브리핑(CMB)은 쇠더룬드 회장 체제의 첫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장기 경영 비전과 사업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장 임명 시기와 이력 등을 고려하면, 올해 CMB에서는 글로벌 확장 전략이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넥슨의 숙원으로 알려진 서구권 공략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의 지난해 연매출은 4751억엔(한화 4조5000억원)이다. 업계 부동의 1위 타이틀은 유지했지만, 지난 2024년 재무 목표치로 제시했던 '2027년 연매출 7조 달성'에 못 미치는 규모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 비중이 큰 사업 구조는 규제·정책·경쟁 구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넥슨은 이에 북미·유럽 시장을 새로운 매출 축으로 키워 지역 편중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서구권 시장에서 넥슨의 인지도를 높일 정도의 흥행을 거둔 게임은 그동안 부재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선 '던전 앤 파이터',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대표작들이 견조한 매출을 올려 왔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뚜렷한 매출 지표가 나오지 않았다. 넥슨의 지난해 지역별 매출 비중은 ▲한국 52.6% ▲중국 23% ▲북미·유럽 14.4% ▲기타 9.9%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출시한 '아크 레이더스'의 흥행은 서구권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엠바크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는 누적 판매량 1400만장을 돌파했고, 지난 1월 기준 최고 동시접속자수 96만명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넥슨의 북미·유럽 매출은 388억1700만엔(3625억2361만원)으로 전년 동기(83억7100만엔·782억3704만원) 대비 5배가량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중국(163억4600만엔·1528억3346만원) 실적을 넘어서며 순위도 뒤바뀌었다. 넥슨으로선 서구권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넘어 내년까지 연매출 7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한 셈이다.
최근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준 것 또한 서구권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쇠더룬드 회장 선임과 동시에 지주사인 엔엑스씨(NXC) 최고투자책임자였던 알렉산더 이오실레비치 이사의 보직을 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일반 이사로 변경했다. 감사위원은 감시 역할을, 이사는 전략 구성과 결정을 맡는다.
아울러 넥슨재팬은 이사회 전략과 업무 집행 감시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에 일본 콘솔 게임사 세가(SEGA) 대표 출신 쓰루미 나오야와 조한민 NXC 투자부문장을 영입했다. NXC와 넥슨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글로벌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신설된 경영컨설팅 법인 '넥슨에이치큐(HQ)'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정헌 대표가 방향키를 쥔 이 조직은 김정주 창업주 타계 이후 분산됐던 넥슨의 투자·M&A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쇠더룬드 회장과의 역할 분담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넥슨HQ 대표 겸임 사유에 살을 붙일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쇠더룬드 회장이 엠바크스튜디오 대표직도 겸임하는 만큼 양사 간 협력 모델이 어떻게 구축될지가 관건"이라며 "서구권 공략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현지 개발 역량을 갖춘 엠바크스튜디오의 역할과 비중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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