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통신 3사가 최근 정부의 인공지능(AI) 부양 정책에 힘입어 AI 관련주로 부상하면서 B2B·B2C 부문에서 전방위로 AI 사업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수십년간 쌓아온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질의 AI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다만 최근 민·관 협력이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그동안 제한돼 온 데이터 활용성을 한층 강화해 '고성능 AI' 구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최근 AI 수직계열화에 몰두 중이다. 3사는 최근 AI 중심 조직개편부터 관련 풀스택(Full-stack) 구축을 위한 지분 투자까지 AI 전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풀스택 AI는 설계에서 개발, 운용까지 AI 기술 전반을 포괄한 통합 솔루션을 말한다.
이처럼 통신 3사가 각기 다른 '소버린 AI'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정부의 'AI 부양책'이 본격 가동되면서 각사 신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규제적 한계는 여전히 해결 과제다. 고성능 AI 구현에 필수적인 '데이터 활용' 부문에서부터 난관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공공·원본 데이터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형식의 규제 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 모델의 정확도, 신뢰도, 활용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양질의 데이터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정보 등 민감 사안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만큼, 전방위 논의가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공익적 목적의 AI 개발에 원본데이터 활용을 허용하는 특례를 신설한 AI 특례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데이터 3법 개정 이후에도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명정보 활용, 공공데이터 개방 등 여전히 절차가 복잡하고 활용 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AI 기본법 제정 시 익명정보 활용에 대한 사전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함께, 안전한 데이터 결합·공유 허브 구축을 동시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민관 협력을 통해 추진 중인 '글로벌화' 성패 여부도 데이터 활용·확장성이 관건으로 꼽힌다. 문 학장은 "한국어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강점을 살리되, 다국어·다문화 데이터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오픈소스 전략을 적극 채택해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개방하고, 제조·의료·교육·문화콘텐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와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진 상황 속, 정부 차원의 논의도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연구센터에 방문해 AI·데이터 기업 및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AI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류 차관은 "정부는 데이터 규제 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 사회적 합의를 단계적으로 도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최근 '소버린 AI 육성책'을 본격 확대하기로 하면서, 통신 3사의 AI B2B·B2C 사업군 성장세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년간 통신사업을 통해 'AI 필수요건'인 양질의 데이터를 대거 축적해 온 가운데, 정부의 다각 지원이 펼쳐질시 기술·사업적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동안 AI 매출비중이 10%대 내외에 그치는 등 정체됐던 사업 속도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SK텔레콤 ▲LG AI연구원 ▲NC AI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등 5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들은 정부 지원 하에 글로벌 수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중 SK텔레콤은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역량을 앞세웠다.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 ▲포티투닷 ▲리벨리온 ▲라이너 ▲셀렉트스타 등 AI 유망기업을 비롯해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등 원천기술 연구기관이 참여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추후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자체 조달하고,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최적화하는 등 'AI 풀스택'을 구축해 고성능 AI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글로벌 수준을 넘어서는 AI 개발을 자신했다. 컨소시엄에는 LG유플러스·LG CNS 등 AI 관련 그룹사부터 ▲슈퍼브에이아이 ▲퓨리오사AI ▲프렌들리AI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에이드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까지 유망기업 10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글로벌 수준을 입증한 '엑사원 4.0'을 기반으로 해외 빅테크 모델 대비 100% 이상의 성능을 내는 'K-엑사원'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KT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KT가 최근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협력 범위를 넓혀오면서 '독자 개발'과 다소 거리를 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정부에서 GPU 관련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KT 자체적으로도 '한국적 AI'를 앞세워 AI 대중화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못한 나머지 기업에게도 특화 AI 모델 개발 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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