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정부가 주도 중인 '소버린 AI(자국주도형 AI 기술자립) 프로젝트'에서 통신 3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KT가 고배를 마신 배경에 독자개발 대신 대외협력 비중을 늘려온 경영 기조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부 책임론과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MS(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 확대에 집중하는 '수익성 위주 경영기조'가 추후 시장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 집약 산업인 AI 부문에서 자체 개발이 우선시되지 않는다면, 중장기 레이스를 견뎌낼 동력이 차츰 희석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최근 정부 주도 '소버린 AI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수익성 위주 사업·경영 기조에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SK텔레콤 ▲LG AI연구원 ▲NC AI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등 5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LG AI연구원 컨소시엄 내 LG유플러스가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KT는 통신사에서 유일하게 고배를 마시게 된 셈이다.
이는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 기조와 KT의 '글로벌 협업' 기조가 어긋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자체 조달하고,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최적화하는 등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역량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 역시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이 최근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입증하면서 기술·사업 연계성이 크게 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KT는 MS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해오면서 또렷한 AI 전략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KT가 최근 발표한 '믿음 2.0' 역시 정부 프로젝트에 발 맞추기 위해 '개발 중단설'까지 떠돌던 플랫폼을 급하게 수면 위로 올린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김영섭 대표는 그동안 AI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협업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빅테크 종속 우려보다 앞서는 건 당장의 실용성이란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올 3월 'MWC 2025' 행사 현장에서 "우리 수준이 낮으면 빠르게 따라가는 방법 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국내 산업과 소비자가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부"라고 말했다.
당시 이 발언은 '재무통' 김 대표가 추구해 온 수익성 중심 경영 철학의 연장선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정부 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경쟁사 모두 독자개발 과정에서 정부지원 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됨에 따라 KT의 중장기 경쟁력은 점차 둔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는 김 대표를 향한 질타로 이어졌다.
KT새노조는 이번 정부 프로젝트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본업인 통신을 아웃소싱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AI 분야에서는 이렇다할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며 "주가를 올리는 데만 열을 올렸을 뿐, 기업의 근원적 투자는 부실했던 결과"라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현 상황으로만 봐선 KT가 역대급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비춰진다"며 "최고경영책임자(CEO)가 IT회사 출신임에도 IT 전문가론 보긴 어려운 만큼, 'IT 전문가 출신 CEO'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후 AI 사업 경쟁력에 대해선 '미리 우려를 내놓을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정부 프로젝트 여부와 상관없이 KT가 보유한 데이터·인프라만으로도 충분히 시장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학장은 "당장 정부 프로젝트에선 제외됐지만,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KT가 보유 중인 방대한 네트워크 데이터와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AI와 결합해 차별화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공·기업 등 B2B 대상 맞춤형 솔루션에 집중하면 SK텔레콤과의 정면 경쟁을 일부 피하면서도 확실한 수익 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모델 자체보다 응용·서비스 생태계를 강화해 KT만의 AI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KT는 전반적인 AI 사업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 중인 공공·기업 B2B 공략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올해 B2B 매출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글로벌 우군인 MS와 '한국적 AI'를 출시한 뒤 국내 전략 고객사 30개사를 우선 선정해 점진적인 시장 확대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로 향후 AI 사업 방향성이 바뀌거나 탄력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MS 협력'과 '믿음 개발' 투트랙 전략은 지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공고히 해온 공공사업 부문 등 B2B 사업 생태계 및 세일즈를 지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 수주 등에 따른 결과는 올 8월부터 반영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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