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해 'K-조선 원팀'이 결성됐지만, 수주 성공 이후 30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바라보는 양사의 셈법은 확연히 갈린다. 잠수함은 건조 비용보다 향후 30년 이상의 운영·유지 비용이 더 큰 만큼, 누가 '애프터마켓'의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K-방산 수출의 실익 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직접적인 현지 지분 투자보다는 세계 최다 함정 건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기술 파트너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는 척당 건조비를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며 건조 단계에서의 확실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고정비 지출 리스크를 피하면서, 설계와 기술료(로열티) 위주의 수익을 챙기는 실용적 노선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원팀 MOU를 체결한 만큼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캐나다 사업은 척당 건조비가 국내보다 높게 예상되는 만큼, 검증된 건조 효율을 통해 원팀 전체의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설계자' 모델이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조 마진은 일회성에 그치는 반면, 잠수함 운영 기간 발생하는 MRO 수익은 30년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지분 관계가 없는 파트너사의 경우, 건조 이후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정비 물량과 부품 교체 수요 등에서 나오는 과실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적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대응해 한화오션은 공동 수주 이후의 MRO 시장에서 단순 참여자가 아닌 '의사결정권자'가 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자금 집행 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현지 MRO 업체 투자에만 1000억원을 전격 투입해 지분을 가진 주주로서 현지 운영 체계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화오션은 캐나다 해군 장교 출신의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 사장을 캐나다 지사장으로 영입하며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록히드 마틴 캐나다에서 초계함 현대화 사업을 이끌고 전투관리시스템(CMS-330)의 수출을 성사시킨 베테랑이다. 그의 영입은 오타와를 거점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산업협력(ITB) 조건을 고도화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글렌 코플랜드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이 CPSP 사업 수주라는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양사가 이례적인 '원팀' 체제를 가동한 배경에는 과거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의 뼈아픈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국내 조선사들은 단일화된 창구 없이 각자 입찰에 참여하며 우리 기업끼리 총구를 겨누는 양상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 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은 협상력 저하와 국력 분산으로 이어졌고, 결국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어렵게 결성된 '원팀'의 결속력이 수주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다. 호주에서의 경험을 통해 '입찰 단계의 단일화'라는 숙제는 풀었지만, 이제는 '수주 이후의 과실 배분'이라는 새로운 시험대가 남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이 수익 구조의 차이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K-조선 원팀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미칠 영향이다.
이번 동맹이 캐나다 수주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MRO 등 사후 시장에서의 이익이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향후 제2, 제3의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협력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캐나다 사업은 원팀이 글로벌 리더십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협력 모델의 내실을 다질 시험대"라며 "장기적으로 K-방산이 지속 가능한 '원팀'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주 이후의 이익 공유와 역할 분담에 대한 공정한 가이드라인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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