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딜사이트 최령 기자] "스페인 내부에서는 오히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잘했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 민간 기업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스페인 현지 전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문제를 둘러싸고 스페인에 대해 "모든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스페인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프랑스가 스페인에 대한 '유럽적 연대'를 표명하는 등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페인의 주권을 지켰다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지지하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재무장관에게 스페인과 관련된 모든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며 "필요하다면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막을 권리가 나에게 있으며 필요하다면 원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체스 총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이번 공격은 정당화할 수 없고 위험한 군사 개입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국제법에 위반되는 군사 행동에 자국의 군사기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란 공습 작전과 관련해 스페인이 군사기지 사용 요청을 거부한 데 따른 반발로 해석된다. 그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도움을 줬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며 "독일과 NATO 사무총장은 훌륭했지만 스페인은 끔찍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페인은 훌륭한 인재를 갖고 있지만 훌륭한 지도자를 갖고 있지는 않다"며 산체스 총리를 직접 겨냥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 공격을 위해 스페인 남부 모론(Morón)과 로타(Rota) 군사기지 사용을 요청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스페인은 또한 NATO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산체스 총리는 국방비를 GDP 대비 약 2.1%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충분하고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서도 "더 적대적이고 불확실한 국제 질서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중단 언급에 대해 "스페인은 미국을 포함한 195개국과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라며 "미국이 이 관계를 재검토하려 한다면 국제법과 양자 협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경제적 충격에 대비한 대응책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 현지 언론 laSexta에 따르면 카를로스 쿠에르포 경제부 장관은 기업과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 과거 에너지 위기 때 도입했던 '에너지 보호막(escudo energético)' 정책을 다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쿠에르포 장관은 현재 상황을 "매우 불확실한 지정학적 환경"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이미 1년 넘게 기업들이 이러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고, 기업들의 우려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의 무역과 투자 활동에 관여하는 1600개 이상의 기업들과 접촉하며 도움을 제공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안에서 EU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에르포 장관은 트럼프의 조치를 "사건들(episodios)"이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공동 보호 체계를 유지하고 대응 수단을 갖추는 것이 유럽을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침착함을 유지해야 하며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지금의 문제는 앞으로 몇 주가 아니라 향후 몇 년 동안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세울지와 관련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스페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이날 산체스 총리와 통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해 프랑스의 "유럽적 연대"를 전달했다고 엘리제궁 관계자들이 밝혔다.
스페인 정부 내부에서도 미국의 군사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문화부 장관 에르네스트 우르타순은 산체스 총리가 강조한 '전쟁 반대(No a la guerra)' 구호를 옹호하며 야당 지도자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오에게 "전쟁을 거부하고 우리나라가 침략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 대다수 스페인 국민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페인을 "불법적인 침략 전쟁에 맞서 존엄을 지키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 이후 산체스 총리는 소셜미디어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독일 녹색당 출신 정치인 위르겐 트리틴은 엑스(X)에 스페인어로 "용감하고, 성격과 원칙을 가진 사람. 페드로 산체스"라고 썼다. 또 다른 독일 이용자는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스페인 사람인 것 아닐까?"라는 글을 올리며 스페인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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