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주가·시가총액 도약에 이어 '해킹사태'로 주춤하고 있는 SK텔레콤 통신 가입자를 약 28만명 흡수하면서 '대장주 굳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토끼' 통신 부문이 안정적이면서도 중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필수 요건이라 뺏어온 통신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보조금 경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통법 폐지 후 일주일이 지난 현 시점에선 '최대 경쟁사' SK텔레콤의 보조금 동향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다만 KT가 최근 수년간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내실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사가 보조금을 쓸 경우 선제적인 보조금 인상으로 치킨게임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공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과 6월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총 27만8728명에 달했다. KT는 단통법 폐지 후 상황을 지켜보며 보조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장은 SK텔레콤 보조금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실시간 대응에 나서고 있다. 22일 단통법 폐지 이후 마케팅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 속 폭풍전야 상태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최근 SK텔레콤 보조금 동향에 따라 하루 1~2회 정도 보조금 정책을 변경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스팟성으로 보조금을 올리면 이에 맞대응하는 수준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양사 이해관계가 곳곳에서 충돌 중이라 이러한 관망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추후 사업, 마케팅팀 판단 하에 보조금을 선제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T는 최근 SK텔레콤을 곳곳에서 추월하며 통신 1위 SK텔레콤 위주의 시장 구도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올 초 SK텔레콤 시가총액을 22년 만에 넘어서면서 '통신 대장주'로 등극한 바 있고 주가도 승승장구 중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2023년 8월 3만3000원대에서 1일 종가 기준 5만4100원으로 2년여 만에 65% 가까이 상승했다.
2분기 실적 전망치도 SK텔레콤은 매출은 4조4134억원, 영업이익은 5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4.1%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KT는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KT는 매출 7조1553억원, 영업이익은 8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69.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김 대표 취임 후 본격화된 '경영 효율화' 작업이 빛을 본 결과로 풀이된다. KT는 인공지능(AI) 신사업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그룹 규모를 7% 가량 감축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IT업체인 이니텍 매각에 이어, 빅데이터 전문사인 KT넥스알 흡수합병 등 저수익·중복사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다각적인 효율화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통신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부동산 등 신구사업 수익이 한층 강화하면서 현금 창출력 전반이 확대 중이다. 실제 이 회사는 올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성장하고, 영업이익률은 3% 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면서 10%대로 올라섰다.
최근 보안투자 규모를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렸지만, 3조원대에 달하는 현금성자산과 한층 강화한 수익성 지표에 비춰볼 때 마케팅비를 일부 확대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올해 이 회사가 저수익 및 한계사업을 대상으로 효율화 작업을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여력 역시 지속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이탈 가입자 유입의 수혜가 유무선 모두 나타났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며" 일회성 부동산 분양 수익 역시 50% 이상으로 예상보다 크게 인식됐다"고 전했다.
실제 KT도 단통법 폐지 전부터 통신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SK텔레콤은 이달 초 'KT가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고 위약금 면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자극적 마케팅을 펼쳤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KT가 주가·시총에 이어 통신 부문에서도 지위를 강화해 내실을 한층 공고히하려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가 최근 AI 등 신사업 투자보다 자산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며 "'단통법 폐지' 기회를 잡으려는 선제적 움직임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KT가 지난달에만 SK텔레콤 가입자 13만명을 흡수했지만 최근 들어 SK텔레콤이 고객혜택 공세로 반격에 나서면서 가입자 이탈·흡수율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5G 투자가 마무리되고 6G 투자는 당장 2~3년간 집행하기 어려워 주수익원인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는데 비용을 집중 투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김영섭 대표가 최근 '재무통' 기질을 발휘하며 내실 강화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으며 집토끼 부문에서 공격적인 투자 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년 연임 여부도 걸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와 시총에 이어 통신 부문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눈에 띄게 올려 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당장은 시장 동향을 지켜보며 관련 전략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며 "시장환경 변화에 발맞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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