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80만명 이상이 이탈한 상황 속, 시장 반등이 시급해지면서 '보조금 대전' 키를 쥐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반사이익으로 SK텔레콤 가입자를 흡수해 온 KT·LG유플러스로선 당장 무리한 출혈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른 수조원대의 수습 비용에 더해, 급변한 시장환경으로 고객 체감 보조금이 크게 저조해진 구조적 한계에 따라 과거 수준의 보조금 살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이 회사가 파리바게트·스타벅스 등 제휴부터 일부 요금제 할인까지 장외전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 살포=가입자 확대' 공식은 이미 옛 말이 됐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시장 기대와 달리 판매장려금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통신부문 반등 전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올 4월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80만명이 넘는 고객이 타 통신사로 이탈했다. 최근 KT에 시가총액·주가 모두 추월당한 점을 고려하면 통신시장 반등이 시급한 셈이다.
이달 22일 '단통법 폐지'와 25일 '갤럭시 Z7 시리즈' 출시에 발맞춰 보조금 규모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보조금 상향은 전무한 상태다. 앞서 통신 3사가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가입자 유지·흡수를 위해 보조금을 동시 다발적으로 상향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제 최근 수도권 성지 기준 추가보조금 규모는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할 때 가장 높게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LG유플러스 보조금이 SK텔레콤·KT 대비 소폭 앞서온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시장에선 그동안 KT·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가입자를 대거 흡수한 만큼, SK텔레콤이 '보조금 대전'의 키를 쥐었다고 보고 있다. KT·LG유플러스로선 당장 무리한 출혈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까닭에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기준 SK텔레콤 가입자 8만7774명을 흡수하며 가장 높은 유입률을 보였다. 이러한 추이가 수개월간 이어지면서, SK텔레콤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첫 40% 미만대로 떨어졌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을 바짝 쫓고 있는 KT는 물론, LG유플러스 역시 SK텔레콤의 보조금 추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SK텔레콤 가입자를 대거 흡수한 KT·LG유플러스로선 현 시점의 가입자도 밑질 게 없는 수준"이라며 "SK텔레콤이 먼저 보조금 상향에 나서지 않는다면, 최근 보안 등 투자를 늘린 나머지 2개사도 통신 부문에서 굳이 추가 마케팅비를 집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관심이 '보조금 대전' 여부 및 시점에 집중되는 가운데, 키를 쥔 SK텔레콤 역시 당장 막대한 마케팅비를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 침해사고 수습 및 보안투자 등에 5년간 최대 7~9조원대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인공지능(AI) 투자까지 앞둔 상황인 만큼, 신·구 사업 부문에서 투자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가 통상 4조5000억원대의 상각전영엽이익(EBITDA)을 기록 중인 점에 비춰볼 때, 연간 현금흐름의 최대 40%에 가까운 비용을 사고수습 등에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올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17 기기가 '보조금 대전' 트리거로 꼽히지만, 수년간 급변한 시장 상황에 따라 과거 수준의 보조금 살포는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 보조금 만으로 대규모 가입자를 끌어오는 건 구조적으로도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제조사간 경쟁이 이뤄지던 당시 비싸봐야 100만원 수준이던 스마트폰 가격이 현재 200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통신사 보조금 만으론 '마이너스폰'을 맞추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단통법 시행 당시보다 현 시점의 보조금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고객들의 체감 보조금은 과거보다 크게 저조해 통신 3사 모두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올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17이 보조금 대전에 일부 불을 지필 순 있겠지만,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과거 수준으로 과열 양상을 나타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막 나온 플래그십이 아닌, 기존 보유 기종의 재고처리 차원에서 보조금이 대거 살포되곤 했다"며 "특히 아이폰은 충성고객이 워낙 많아 '살 사람은 산다'는 인식이 강해, 프리미엄폰 같은 특정 변수보단 단통법 폐지 초기 흐름에 따라 균형 잡힌 마케팅비를 집행할 공산이 크다"고 부연했다.
SK텔레콤은 당분간 고객 할인혜택 등 간접적 지원을 확대하며 가입자 유치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달부터 빅3 제휴사를 선정해 50% 이상 파격 할인을 제공하는 'T 멤버 고객 감사제'를 실시한다. 이는 SK텔레콤이 최근 공개한 '사고수습 계획'에 포함된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 일환이다. 연말까지 SK텔레콤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에게도 기존 고객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스타벅스 ▲파리바게트 ▲도미노피자를 대상으로 50% 이상 할인을 순차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여름 휴가철을 맞아 로밍쿠폰을 50% 할인가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병행하며 요금제 혜택을 강화했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추후 단통법 폐지 초기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시장 전략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40%대 아래로 떨어진 시장 점유율에 대해선 "당장 시장 점유율 회복을 목표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논의 중인 사안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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