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다원넥스뷰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속에 실적과 주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모회사 다원시스를 둘러싼 논란이 시장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원넥스뷰의 사업 내용과는 무관하게 최대주주 리스크 탓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다원시스와 박선순 회장 일가가 보유한 다원넥스뷰 역시 지분 매각이 불확실성을 해소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다원시스의 최대주주가 엔지니어링공제조합으로 변경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오너 일가가 경영을 이어갈 경우 다원넥스뷰는 물론 계열사 전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원넥스뷰는 최근 AI 반도체 투자 확대 흐름에 힘입어 주가와 실적 모두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다원넥스뷰 주가는 이달 21일 종가 기준 9000원으로, 연초 5000원대 초반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회사가 공개한 연간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돈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원넥스뷰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69억원으로 전년(187억원)보다 4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전년(13억원) 대비 213.5% 급증했다. 순이익도 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메모리 테스트·패키징 공정 전반의 투자 증가가 주력 장비 판매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원넥스뷰는 지난해 글로벌 AI 선두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해외 한 ODM 업체에 레이저 솔더 범핑 장비(eLSMB)를 공급했다. 이 장비는 고속·고정밀 공정이 요구되는 2.5D·3D 패키징 공정에 적용된다. 회사는 이번 공급 실적을 발판으로 글로벌 고객사 대상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원넥스뷰의 실적 개선 흐름이 온전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업 내용과는 무관하게 모회사 다원시스를 둘러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다. 여기에 다원시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경우 다원넥스뷰를 비롯한 계열사 전반으로 불확실성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원시스는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선급금 사용 문제 등을 두고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며, 유동성 부담도 커진 상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원시스의 열차 납품 지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부 기관이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다원넥스뷰 일부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에서 다원시스와의 지분 연결고리 자체가 투자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적 개선과 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리스크가 상존하는 구조에서는 시장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다원시스가 보유한 다원넥스뷰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모회사와의 관계를 끊어야만 다원넥스뷰의 사업 가치가 독립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원넥스뷰 지분 매각 대금이 다원시스의 급박한 유동성 위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원시스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보호예수 등 시장 안전 장치를 거쳐야 해 실제 매각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달 21일 기준 다원시스는 다원넥스뷰 주식 185만주(지분율 23.0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오너 일가인 박선순 회장과 그의 아내는 각각 22만5000주(2.81%), 18만4600주(2.3%)를 확보하고 있다. 차남 박병주씨는 14만4400주(1.8%)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친인척 김정림씨가 6만8600주(0.86%), 박선순 회장의 친동생 박장순씨는 3만4008주(0.42%)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를 9000원으로 잡을 경우 오너가가 보유한 총 주식 가치는 2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다원시스가 자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81억원)보다 2.8배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원넥스뷰는 충분히 AI 사이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라면서도 "최대주주 다원시스가 처한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밸류에이션을 적극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원시스와 오너가가 보유한 다원넥스뷰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도 시장에서 거론된다"며 "이는 다원시스의 부족한 현금 확보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박선순 회장은 21일 다원시스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다원시스는 당장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411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며, 이와 함께 최대주주인 박선순 회장(523만639주·지분율 13.71%)이 보유 중인 지분 매각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다만 박선순 회장은 사과문에서 "그동안의 책임을 통감하며, 경영권을 내려놓고 제작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남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이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원시스의 지분 매각 규모와 시점, 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다원시스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 배정 대상인 엔지니어링공제조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협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박선순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3월15일 이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며, 최대주주도 박선순 회장에서 엔지니어링공제조합(1908만1718주)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깜짝 발표 이후 관계사인 다원넥스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박선순 회장이 다원시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다원넥스뷰 주식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다원넥스뷰에는 장남인 박병철씨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지배력을 점진적으로 높여 중장기적인 경영 구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다.
박병철 씨는 2023년 말부터 다원시스 철도사업부장 겸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철도사업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으나 철도차량 납품 지연 논란이 본격화되기 이전 회사 내 주요 보직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다만 다원넥스뷰를 비롯해 다원메닥스 등 일부 계열사에서는 여전히 이사회 또는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터지자 회사 출근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면서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인 박병주 씨는 반도체 전원장치 사업을 담당하는 다원파워트론에서 박선순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다원파워트론이 외부 투자 유치와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다원시스의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차남 중심의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둔 작업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다원시스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다원넥스뷰를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과천에 짓고 있는 신사옥에 다원넥스뷰를 함께 입주시키려는 계획 역시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거론된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철도차량 제작 선급금을 신사옥 건설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다원넥스뷰를 비롯한 자회사들을 한 곳에 모아 운영 효율과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박선순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 다원시스가 기존 전원기술 기반 사업에 집중하고, 계열사들은 각자 분리된 구조로 가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가족과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원넥스뷰 주주뿐 아니라 일부 고객사 사이에서도 다원시스와의 명확한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자적인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이 오너 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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