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6.3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기를 기대하고 있다. PEF 출자를 일률적으로 RWA 400%로 적용받으면서 펀딩 시장이 얼어 붙어서다. 출자자(LP) 입장에서도 에쿼티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좋은 투자 시기(빈티지)를 놓칠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부과하는 RWA 가중치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금융위는 기업 대출을 완화하고 금융지주 산하 IB의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자본비율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다만 대선이 임박한 만큼 해당 논의 역시 차기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3년 바젤3 규제의 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국내 펀드레이징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다.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PEF 출자의 경우 RWA 가중치를 400%로 반영하는 만큼 CET1 비율을 낮추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빗장을 걸어 잠금 셈이다.
이를테면 100억원을 PEF에 출자하면 RWA는 400억원을 적용하는 식이다. 자연스레 은행 뿐만 아니라 캐피탈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모두 RWA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출자 규모를 줄이거나 보수적으로 출자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특히 캐피탈사 위주로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좋은 딜을 소싱해도 자금조달이 안돼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책펀드 출자 등에 대해서는 RWA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출자에도 RWA를 400%로 적용하면서 민간 GP에 대한 출자가 더욱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기술펀드 등의 경우 RWA를 100%로 적용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부다 보니 LP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PEF 출자에 RWA를 일률적으로 400%를 적용하면서 금융지주 산하 LP들, 특히 캐피탈사 등이 출자규모를 큰 폭으로 축소했다"며 "정책펀드에도 RWA 규제를 적용하면서 민간 GP에 대한 출자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등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자가 이뤄지는 정책펀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RWA 규제로 펀딩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은 비단 PEF 운용사들만의 애로사항이 아니다. 바젤3 규제에 따르면 기초자산을 완전히 파악 가능한 경우 PEF라 하더라도 위험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전환사채(CB) 등 에쿼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방이 안전한 투자 건의 경우 기존 400%보다 낮게 RWA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금융기관 LP 대부분이 RWA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리스크가 낮고 성장성이 제한된 투자만 검토하는 실정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역시 안전 자산 위주로 단순화했다. 무엇보다 에쿼티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없다 보니 좋은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P들 입장에서 RWA 규제로 PEF 출자 풀이 적어진 점이 치명타"며 "에쿼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RWA 부담이 적은 메자닌 투자 위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RWA 규제로 좋은 투자 시기를 놓치는 점도 LP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빠르게 RWA 규제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민생 경제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이 높은 실적에 따른 사회적 책임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기업금융 규제 완화를 제안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은행들은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 요구사항을 담은 정책과제를 마련했지만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대출 상품에 대한 RWA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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