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금융투자협회에서 지원하는 장기 연금투자 상품 '디딤펀드'가 출시 100일을 넘겼다. 초기 우려와 달리 설정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수익률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TDF(타깃데이트펀드)의 아성을 넘어서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25곳의 디딤펀드 설정액은 이날 기준 16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9월 25일 첫 디딤펀드 출시 당시 전체 설정액 82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디딤펀드 평균 수익률은 3.56%로 집계됐다. 디딤펀드 상품 25종 중에서 상위 5위권은 수익률 7%를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47%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과로 평가된다.
디딤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 25곳에서 각각 1개씩 출시한 BF(밸런스드펀드) 상품의 공통 브랜드다. BF는 펀드 설정 초기에 결정한 투자자 위험성향에 맞춰 시장 상황이나 자산가치 변동이 일어나면 자산 배분을 조정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BF는 TDF와 더불어 장기 연금투자의 양대 축을 이룬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목표연도(빈티지)에 맞춘 생애주기(글라이드패스)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이 알아서 조정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TDF에 쏠린 장기 연금투자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취지 아래 디딤펀드 사업에 힘을 실었다. 출시 초기에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연금투자가 점진적으로 유입되면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성적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디딤펀드 전체 설정액은 최근 3개월 동안 571억원 늘어났는데 출시 이후 전체 설정액 증가액의 67.6% 수준이다. 최근 3개월 평균 누적 수익률은 4.07%인데 같은 기간 2035년 빈티지 TDF 평균 수익률(3.83%)을 앞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 연금투자자의 눈길은 아직 TDF 쪽에 더욱 쏠려있다. 국내 TDF 설정액은 6일 기준 11조158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24년 9월 말보다 1조40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디딤펀드 설정액 증가폭과 비교하면 TDF 쪽에 훨씬 많은 자금이 몰렸다.
디딤펀드가 국내 연금투자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투자자의 관심도 인지도 높은 TDF에 더욱 모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첫 TDF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2011년 6월 출시했다. 디딤펀드보다 13년이나 이른 시기에 나왔다.
디딤펀드는 TDF와 달리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정한 상품대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DC형(확정기여형) 및 개인형 IRP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한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만든 가입자가 디딤펀드에 투자하려면 상품을 직접 골라 투자자산에 추가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24년 4분기 기준 36조9033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디딤펀드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를 고려해 금융투자협회 역시 디딤펀드를 디폴트옵션 상품 라인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고용노동부가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심의를 거친 뒤 승인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주요 판매처인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 디딤펀드 선택 단축경로를 더욱 많이 구축할 계획도 세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디딤펀드 판매의 83%가 증권사에서 이뤄졌다. 특히 MTS에 디딤펀드 단축경로가 있는 증권사가 79%를 차지했다.
판매처 확대 및 마케팅에도 힘쓰기로 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디딤펀드는 홍보가 아직 덜 된 것으로 본다"며 "은행에서도 연금파트 최고책임자 등과 만나 디딤펀드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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