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이름은 이제 디딤펀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협회 역사상 첫 운용사 출신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25개 운용사를 하나의 공동 브랜드로 묶어 퇴직연금 전용 펀드를 내놓은 것이다. 새롭게 시도된 '연금 머니무브'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9월25일 출시된 디딤펀드는 이제 출범 1년을 맞았다. 디딤펀드1년 성적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운용 규모는 2000억원을 넘겼고 수익률도 무난했지만, 자금 유입은 기대에 못 미쳤다. 성과와 과제, 모두가 서유석의 이름으로 기록된 도전의 결과물이다.
출시 1년, 디딤펀드는 평균 수익률 11.72%라는 결과를 냈다. 상위 10개 운용사는 15.75%에 달했다. 글로벌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 우상향을 그려낸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코스피 상승률에는 뒤처졌고, 25개사가 모였음에도 순유입액은 1400억원에 그쳤다. 야심 찬 프로젝트였음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성과의 이면에는 편차도 뚜렷했다. 신한운용과 삼성운용은 판매망과 마케팅 효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다수 운용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일부는 기관 자금에 의존해 명맥만 유지했고, IBK운용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동 브랜드'라는 이상과 달리 현실은 양극화된 성적표였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회장이 던진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그동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었고, 자산운용사들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노후 자산도 적극적 운용을 통해 키워야 한다는 철학을 업계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싶었겠지만 결과는 기대보다 더딘 확산이었다.
특히 판매망의 한계, TDF(타깃데이트펀드)와의 구조적 차별성 부족, 세제 인센티브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디폴트옵션 편입도 삼성운용의 일부 펀드에 그쳤다. 투자자에게 '왜 디딤펀드를 골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것이다. 서 회장의 구상은 분명 신선했지만 업계와 제도의 응답은 반쪽이었다.
디딤펀드 1년은 서유석 회장의 도전에 대한 중간 점검이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과제라는 평가가 뒤따르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퇴직연금 운용은 화려한 불꽃이 아니라 꺼지지 않는 등불이어야 한다는 것.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장기적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서 회장의 임기는 연말로 끝난다. 연임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의 도전은 분명 업계에 이정표를 남겼다. 디딤펀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퇴직연금 투자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한 첫 무대였다. 이제 남은 숙제는 제도의 몫이다. 판매망 확대, 세제 보완, 디폴트옵션 편입을 통해 실험을 제도로 완성할 수 있을지. 디딤펀드 1년은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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