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 아직까지 상장에 성공한 액셀러레이터(AC)가 없다. AC들은 사업 모델 다각화와 수익 구조 안정화, 직상장 재도전으로 자본시장 진입을 모색하지만 전략과 현실의 격차는 크다. 도전하는 AC 사례로 그 가능성과 한계, 산업의 구조적 과제를 짚어본다.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국내 액셀러레이터(AC) 상장 1호를 노렸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이후 재무구조 악화와 조직 축소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 대신 유동성 안정과 투자 구조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최근 외부 투자 유치와 펀드 결성을 병행하며 재무 구조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장 철회 이후 이어졌던 자금 압박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숨통은 트였지만 무리한 조직 확장의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포인트는 2022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며 국내 AC 1호 상장사 타이틀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당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지만 2023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1거래일 전날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면서 공모 일정이 멈춰섰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AC 상장을 거절한 것으로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내 상장을 마쳐야 하는 기한을 넘기게 되면서 결국 2023년 상장 자진 철회로 이어졌다.
실패의 여파는 재무 리스크로 이어졌다. 블루포인트는 상장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2018년 차병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고 외형 확대에 속도를 냈다. 차 CFO는 매출 규모와 조직 체계를 동시에 키워 '상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인력 충원과 조직 개편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30여명 수준이던 조직은 차 CFO 주도 아래 100명 규모로 급격히 불어났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이 철저히 자본시장 데뷔를 전제로 한 구조였다는 점이다. 상장을 통해 자본 확충과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질 것을 가정하고 고정비를 선반영한 셈인데 상장이 무산되자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그대로 재무 리스크로 돌아왔다.
차병곤 CFO는 상장 무산 이후 곧바로 회사를 떠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CFO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인 2024년에는 공동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블루포인트로서는 상장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을 이끌던 핵심 인물이 이탈하면서 기존 성장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은 이후 빠르게 악화됐다. 블루포인트는 펀드 결성 과정에서 요구되는 운용사출자금(GP커밋)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담보대출을 활용해야 했다. 운용사로서의 기본 체력이 흔들릴 정도로 유동성 압박이 컸다는 의미다. 해당 펀드는 LG유플러스와 함께 결성한 50억원 규모의 'LG유플러스 블루포인트 AX 쉬프트 벤처투자조합'이다. LG유플러스가 자금 대부분을 책임지고 블루포인트는 GP커밋 형태로 참여하는 구조였는데 당시 자체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았던 블루포인트는 GP커밋 확보를 위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자금 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섰던 블루포인트는 최근 외부 투자 유치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블루포인트가 외부 자금을 수혈한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 A홀딩스 산하 LY주식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제트벤처캐피탈(ZVC)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인바디가 각각 50억원씩 참여했다.
블루포인트는 무너진 재무 구조를 재정비하는 한편 딥테크 투자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6개 펀드를 운용 중인 블루포인트는 과거 상장을 전제로 조직과 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우던 전략에서 벗어나 투자 효율성과 조직 슬림화를 병행하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 AC 관계자는 "상장 무산 이후 인력 이탈이 이어지며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 외부 투자 유치를 계기로 유동성 부담을 덜고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 위한 기반을 다시 마련하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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