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에이치에너지가 태양광 산업의 병목으로 꼽히는 설계·인허가·운영관리 전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장 인력과 엔지니어 개인의 숙련도에 의존해 온 산업 구조를 데이터·자동화 기반의 플랫폼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에너지는 최근 기술 설명회를 열고 태양광 비즈니스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백엔드 AI 체계 '헬리오스(HELIOS)'를 공개했다.
그동안 지붕형 태양광 시장은 지붕 발굴부터 사업성 평가, 설계,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분절돼 있어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종번 에이치에너지 이사는 "과거에는 전기 설계 업체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했기에 1000건을 검토해도 실제 계약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문제점을 짚었다.
이번에 공개된 '헬리오스'는 이러한 한계를 데이터로 정면 돌파한다. 주소 입력만으로 사업성 분석, 맞춤형 계약서 작성, 대관 인허가, 전기·구조 설계까지 일괄 처리하는 구조다. AI가 사전 단계에서 사업 가능성을 빠르게 선별하면서 검토 대비 계약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에이치에너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붕이 잠재적 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게 됐다.
특히 인허가 자동화는 태양광 시장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이종번 이사는 "기존 시장에서는 엔지니어링 전문업체가 설계와 구매를 장악하면서 소수 업체 중심 구조였다"며 "설계와 인허가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표준화하면 지역 전기 시공사도 직접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진입장벽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관리 영역에서는 AI 통합 플랫폼 '솔라온케어'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전국에 분산된 발전소를 하나의 센서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통합 관리하는 구조로, 기존의 인력 중심 유지보수 체계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원격 진단'이다. 전문 인력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전류·전압(I-V) 곡선 등 발전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마치 병원에서 MRI를 찍듯 발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의 기울기·방위각·배치 구조까지 역산해 효율 저하 원인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디지털 트윈'에 가까운 접근이다. AI가 이상 징후를 탐지하면 즉각 수선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 시 행정 신고까지 자동으로 연계된다.
이 같은 기술적 시도는 경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2025년 기준 매출 956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매출 구조다. 전체 매출의 약 65%인 625억원이 단순 시공이 아닌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이는 태양광 사업의 수익 모델이 '설치 중심 일회성 매출'에서 '운영·관리 중심 반복 매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태양광 산업이 '설치업'에서 '데이터 기반 자산운용업'으로 재편되는 초기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치에너지 관계자는 "헬리오스 출시로 자동화가 본격화되면 서비스 매출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영업이익률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20만 시공사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 공급망을 구축해 태양광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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