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한국디지털에셋(KODA, 이하 코다)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 후 첫 회의에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여부에 대해 논의하면서다. 법인 단위에서 투자 활동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수탁업계 선두주자로 꼽히는 코다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열고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 ▲2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추진 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방안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 및 시장 독과점 문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는 회의 내용을 토대로 12월 중 관계부처와 정책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날 회의에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가 안건으로 논의됐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제3장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특례 조항들에서도 원화마켓거래소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투자자를 고객 확인 및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등록을 마무리한 이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고객을 개인과 법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계좌 개설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법 해석과는 별개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법인에 대해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자금세탁 위험을 우려한 규제당국의 행정지도(그림자규제)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이번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통해 법인 중심으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의 뜻을 밝힌 만큼 은행도 사업 방향성을 바꿀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법인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시적으로 봤을 때는 업비트, 빗썸 등 유동성이 큰 원화마켓거래소가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축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관점에서는 기업이 단기 투자 성과를 노리고 시장에 발을 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법인이 직접 투자에 나서기 보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외부 기관에 위탁하게 될텐데 이에 따라 관리·운용·보관 등 커스터디 사업자들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2020년 출범한 국내 커스터디 사업자 코다의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출범 이듬해부터 최근 3년(2021~2023년)간 이 회사의 순이익을 살펴보면 ▲2021년 -3억789만원 ▲2022년 -3억6057만원 ▲2023년 -2억3057만원 순으로 순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사실상 신규 법인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상자산발행(IOC) 재단과 가상자산을 보유한 벤처투자사 등 기존 고객 이외에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수익 개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코다의 견고한 시장 입지와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코다의 가상자산 수탁고는 올해 초 8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커스터디 사업자 7곳의 총 수탁고가 13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전체 시장의 과반 이상(58.0%)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코다의 수탁고는 전체 시장의 98%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인 실명계좌 허용이라는 긍정적인 변화에 앞서 밑작업도 한창이다. 코다는 지난 5월 관계사인 해시드와 미국 벤처캐피탈로부터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이끌어 냈다. 코다는 해당 투자금을 활용해 향후 커스터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 인프라 확보와 연말 예정된 가상자산라이선스 갱신 심사 등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에 수반되는 활동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향후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격 서비스)을 위한 플랫폼, 기술 고도화도 추진한다.
조진석 코다 대표는 "현시점에서는 IOC 재단 등이 전체 70%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으로 해당 고객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통해) 커스터디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인 실명계좌가 허용됨에 따라 자금세탁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내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한해서는 가상자산거래소, 커스터디사업자, 은행 등 관련 기관들이 특금법에 따라 규정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자금세탁 우려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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