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관한 은행권 제재 수위가 이달 들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은행권에서 이미 조 단위 자율배상이 이뤄진 데다, 최근 일부 법원에서 투자자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판매사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리적 쟁점이 재부각된 영향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제재 강도와 법적 정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최종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달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과징금 논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었지만 은행권에 대한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이달 금융위 정례회의는 4일과 18일 두 차례 열리는데,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도 결론이 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례회의 안건은 상정 여부 자체가 비공개로, 중요 안건은 회의 종료 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한다"며 "이날 정례회의에서는 롯데손해보험 안건 정도가 올랐고, 홍콩 ELS 관련 안건은 오르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정례회의 때 홍콩 ELS 과징금 안건이 상정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심사소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금감원 제재심은 1차에서 제재 대상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에 총 2조원 규모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가, 3차 제재심에선 1조4000억원 수준까지 감경했다. 자율배상 계획과 실제 배상 규모, 내부통제 개선 노력 등이 일부 참작된 결과다.
이후 지난달 이뤄진 금융위 증선위와 안건소위 단계에서는 추가 감경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형성됐다. 은행권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점이 이미 제재심에서 감경 사유로 반영된 만큼, 상위 의결 단계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개정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사후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의 최대 50%까지 감경을 허용하고, 사전 예방 노력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75%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1조원 밑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됐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금융위로 공이 넘어온 뒤로 이러한 기대감은 다소 잦아든 분위기다. 지난달 증선위와 안건소위에서도 과징금 규모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구체적 수치 확정 없이 논의만 이어진 채 이달 정례회의로 넘어왔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 문제가 아니라, 자율배상과 법원 판결을 어디까지 제재 감경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일부 판결에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이 제시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의 책임 범위를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이번 정부 들어 감독 기조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엄정 대응이라는 정책 메시지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감경은 신호 왜곡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반대로 이미 대규모 자율배상이 진행된 점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이중 제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이 때문에 결론을 곧바로 내리지 못하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절차가 진행중이어서 (분위기 등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양해해달라"고 짧게 답했다.
금융위가 18일 정례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해 결론을 낼지, 추가 검토를 이어갈지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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