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홍콩항셍(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과징금 및 과태료가 2조원 규모로 산정되면서 해당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연말 충당금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간 '판매금액'과 '수수료' 중 무엇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삼을 것인지 논의가 이어지면서 규모를 예단할 수 없던 은행들은 이제야 관련 충당금 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에 산정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액을 사전 통보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통보 대상에서는 빠졌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2조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홍콩H지수 ELS는 2021년 1만2000포인트 넘게 상승했던 지수가 지난해 5000포인트까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상품이다. 금융사들이 판매한 홍콩 ELS는 판매 시점과 상품 구조마다 다르지만, 통상 만기가 3년으로 이때 홍콩H지수가 투자 당시의 65~70%까지는 돼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판매금액'과 '수수료' 중 무엇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세울 것인지 논란이었는데, 이번 사전통보 금액을 살펴보면 금감원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은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수준이다.
이를 과징금 및 과태료 합산 금액인 2조원을 단순 비율로 나눠보면 KB국민은행만 1조원 규모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신한·NH농협·하나은행은 1300억~1400억원 안팎의 과징금과 과태료가, SC제일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비율로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벌금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로 인해 쌓아야할 충당금은 해당 은행 및 금융그룹의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충당금이 미래 손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쌓는 자금인 만큼 향후 환입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액으로 기준을 삼을지 수수료 수입으로 할지 미리 알 수 없었고 구체화되지 않은 내용이었던 탓에 미리 회계처리를 할 수 없었다"며 "아무런 데이터도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충당금 처리 문제를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연간 당기순익은 전년 보다 14.38% 늘어난 5조7518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이 KB금융 전체 순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ELS 충당금 반영시 실적 전망치는 크게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금융 내 순익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 올해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3조3561억원을 순익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순익을 이미 뛰어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의 그룹 연간 순익 추정치는 5조2512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과징금 및 과태료 규모는 아직 조정될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다. 이번 사안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 및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아직 여러 심의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제재심 때는 금융사들의 소명을 거치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수입'에 관해 다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역시 이 때문에 충당금 적립을 당장 논의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징금과 과태료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금액이 구체화된 이후에 회계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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